성형천국 ‘압구정역 4번 출구’ 에 가보니…

의사 1인당 하루 10건이상 수술 지방고객은 숙소까지 패키지 제공

대형병원 대규모 광고로 고객 싹쓸이 소규모 병원 브로커 활개탓 폐업위기

“압구정 4번 출구로 다 모여라, 모두 다 똑같은 얼굴 모두 다 비슷한 얼굴.” 가수 바이브의 노래 ‘압구정 4번 출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형외과가 많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4번 출구에 대한 내용이다.

성형하면 강남, 그중에서도 압구정역 일대는 성형외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2013년 7월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성형의원 359개 중 250여개의 성형의원이 밀집한 성형천국 압구정역 4번 출구 일대를 찾아가봤다.

▶하루에도 수십건의 수술, 예약과 상담은 물론, 지방고객 숙소까지 원스톱=지난 15일 압구정의 A 성형외과.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시에 찾아간 병원은 의외로 한산했다. 고급 소재로 장식된 로비에는 상담직원 2명과 책을 보면서 기다리는 한 명의 여성 환자만이 있었다. 방학을 맞아 수십명의 환자가 기다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어리둥절하는 기자에게 상담 직원은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돼 진료시간 외에 대기하는 시간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8명의 의사가 상담만 해도 하루 수십명을 하고 있고, 수술도 1인당 많게는 10건 이상 하고 있다”며 “특히 여름방학 성수기에는 학생은 물론, 휴가를 내 방문하는 직장인들로 최소 한두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흡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곳은 특히 여름에 인기다. 이날도 지방흡입을 상담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학생 김은혜(가명ㆍ여ㆍ23) 씨는 “취업을 앞두고 살이 쉽게 빠지지 않아 고민 끝에 방문을 했다”며 “시술 후 날씬한 몸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30분 정도의 상담이 끝난 후 김 씨는 다음달 초 시술을 받기로 확정했다.

A 병원의 상담실장 정미현(28ㆍ여) 씨는 “대부분 고객이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오기 때문에 상담 후 바로 시술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강남에서 성형을 받기 위해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예약과 상담, 시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고 정 씨는 말했다.

정 씨는 “이 경우 호텔 등과 제휴를 통해 숙소를 대신 잡아주고, 시술 후 회복이 끝날 때까지 통원을 위한 교통편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눈, 코 성형은 옛말, 동안수술을 아시나요?=압구정의 또 다른 B 성형외과. 일명 동안수술이라 불리는 지방이식수술로 유명한 이곳도 하루 수십명의 환자가 다녀간다. 이곳의 경우 시술 과목에 쌍꺼풀, 코 성형 등이 포함돼 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의 70% 이상이 지방이식수술을 받는다.

병원에서 만난 조모(25) 씨는 “피부가 탄력이 없어 나이보다 들어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 수술을 하기로 했다”며 “볼 부위에 지방을 이식해 탄력을 주기 위해 2주 전 예약하고 오늘 시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방이식의 경우 시술이 1시간 내외로 간편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라며 “이식부위도 이마, 코, 눈, 볼, 주름 개선 등 다양해 맞춤형 시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권도 성형외과 고객으로 호황=압구정역 주변의 커피 전문점들의 상당수 손님들은 성형외과 고객들이다. 인근 병원에서 상담이나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다수 방문하다보니 일부 커피전문점은 성형외과와 제휴를 맺어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C 커피전문점 매니저 김다솔(27ㆍ여) 씨는 “매장 방문 손님의 절반 이상이 성형외과 환자”라며 “케이터링(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매장에서는 아예 성형외과에서 주문해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제과점 및 음식점도 병원 방문 전후로 허기를 채우는 손님들이 주요고객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0) 씨는 “병원 방문 손님은 물론, 인근 병원의 간호사들이나 직원들이 방문하거나 배달을 시켜 먹기 때문에 우리에게 성형외과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압구정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택시기사들의 주요 고객들도 성형외과의 손님들이다. 법인 택시를 운전하는 박홍수(45) 씨는 “성형외과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병원을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예 콜택시를 부르는 병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성형천국의 빛과 그림자=이처럼 성형천국이라 불리는 압구정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일부 대형병원의 경우는 해외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소규모 병원의 경우는 폐업위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역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김모(42) 씨는 “이곳을 떠나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서 영업을 하고 싶어도 압구정이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최근 해외성형 고객을 유치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더더욱 소형병원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