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현재까진 ‘못찾는 쪽’에 무게
“비공개 코드명으로 보관됐다면 단순 키워드론 검색 어려워 시스템 오류 가능성도 커”
여권 일부 “노前대통령이 파기” 끝내 못찾을땐 ‘史草훼손’ 논란
판도라 상자의 빗장은 풀었다. 하지만 ‘혼돈’이라는 또 다른 봉인에 부딪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록을 열람하기 위해 빗장을 풀었지만, 분명 있을 것으로 여겼던 대화록이 보이지 않는다. 있는데 못 찾는 건지, 애초부터 없었던 건지조차 분명치 않다. 전자라면 ‘해프닝’이지만, 후자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정쟁을 끝내기 위해 연 빗장이 자칫 새로운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못 찾는 것’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참여정부에서 기록물 관리에 관여했던 인사들 모두가 분명 기록물을 넘겼다고 진술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 등이 폐기해서 없는데 원본을 열람하자고 주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기록물 자체가 워낙 방대한 자료인 데다가, 정상회담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단순 키워드 검색으로 나타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우선 대통령이 국외로 이동할 때는 ‘○○국 방문계획’이라 하지 않고 고유의 코드명을 붙여 일정을 관리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비공개 코드명은 ‘새시대’였고, 경호계획이 포함된 비공개 코드명은 ‘제시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자료도 이 같은 코드명 아래 보관돼 키워드 검색에 반응하지 않았을 수 있다.
특히 정상회담 대화록은 우리 측 기밀문서일 뿐 아니라, 상대국의 기밀문서이기도 하다. 국제관례상 외교문서의 비밀유지 기한은 보통 30년 이상인데,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비공개 유지 기한은 15년이다. 외부 키워드 검색만으로 상대국 정상의 발언까지 노출되는 경우에 대비해 이중 보안장치가 있을 가능성 역시 상정해야 한다.
윤건영 전 대통령 비서실 정무기획 비서관(현재 문재인 보좌관)은 “저희가 넘길 때도 본문 검색이 안 됐다. 한글파일처럼 본문검색이 되는 게 아니라, 각 문서 키워드를 입력해야 해당 문서가 나온다”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시스템에 오류가 있거나, 해당 문서의 키워드를 못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문서별로 별도의 열쇠 역할을 하는 키워드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키워드를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이 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파장은 어마어마해진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자료를 넘기지 않았을 경우, 또는 기록관 보관 과정에서 훼손 또는 유실되는 경우다.
지난해 대선 전 여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대화록 파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아예 없애려했다면 국정원 본(本)까지 없앴어야 논리적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파기지시를 국정원이 어기고 몰래 자료를 보관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국정원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들의 남북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국정원에 대화록을 보관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관되면 후임대통령들의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대화록만 떼어내 국정원에 넘기고 대통령기록관에는 자료를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과 국정원에 동시에 기록을 남기면 국정원 본을 보더라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여권의 주장과도 퍼즐이 맞는다. 국정원에만 보관하기 위해 청와대 기록을 파기했다는 추정이다.
헌법개정과 같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뤄진 대통령기록물 열람인 만큼 두 차례 키워드 검색만으로 ‘대화록 찾기’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다. 한두 차례 더 대화록을 찾기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 결과 대화록을 찾는다면 그동안의 논란이 되풀이 되는 수준이겠지만, 끝내 대화록을 찾지 못한다면 ‘사초(史草) 훼손’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 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홍길용ㆍ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