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문제를 푸는 데는 금융이 필요하다. 금융은 시장을 통하기 때문에 재정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혁신이 ‘많은 서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100조원이란 돈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200만가구에 5000만원씩 나눠 줄 수 있는 액수다. 이 정도 돈을 저소득 가계에 뿌리면, 우리의 빈곤 문제는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예산에는 다양한 용도의 지출이 포함돼 이처럼 전액을 단순히 나눠줄 수 없다. 어쨌든 이것은 재정만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지 문제를 푸는 데는 금융이 필요하다. 금융은 시장을 통하기 때문에 재정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혁신의 전도사로 알려진 미 예일대학의 실러 교수는 금융혁신의 이익을 보다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금융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흔히 금융을 ‘가진 자들의 리그’라고 말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많은 금융혁신이 중산층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소비자 금융의 혁신은 중산층의 소비 수준을 놀라울 정도로 변모시켰다. 20세기 초부터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의 이기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이것들은 부유층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할부판매라 불리는 소비자금융이 이를 바꿔놓았다. 미국의 재봉틀 생산업체인 싱어 미싱은 고가인 재봉틀을 일반 가정에까지 보급하기 위해 매월 일정액을 분납하는 외상판매 방식을 고안해 냈다. 할부판매 덕분에 많은 서민은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고가의 용품을 갖추고 삶의 질을 높였다.
둘째, 장기주택 금융은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30년대 경제공황 때 주택대부자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주택대출은 3~5년짜리 단기대출뿐이었기 때문에 가장이 실직하자 상환이 불가능해졌다. 미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주택금융공사를 설립했다. 대출만기를 20년 이상으로 늘리고 금리를 고정하며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을 취함으로써 서민 중산층의 주택 소유가 용이해졌다. 처음에는 정부 보증을 활용하다가 점차 시장에서 장기 공채를 발행해 재원을 모으더니, 이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등 재원마련 기법이 다양화됐다.
셋째, 증권 등 자본시장을 통한 중산층 육성이다. 근로자들의 은퇴 후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공적연금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보험업계는 연금보험 등의 상품을 개발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 상승률이 이자율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중산층을 겨냥한 다양한 혁신적인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예컨대 적립식 투자 상품은 매월 또는 분기별로 일정금액을 주식에 소액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해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도 쉽게 자본시장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금융을 잘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 금융혁신이 ‘많은 서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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