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호러 SBS ‘주군의 태양’ 영혼의 목소리 듣는 tvN ‘후아유’ 여름 납량드라마 달라진 트렌드
엽기살인등 사람이 무서운 시대 전통적 공포주체인 귀신 벗어나 인간에 초점맞춰 장르변화 시도
여름은 공포물의 계절이다. 1970년대부터 인기를 모았던 ‘전설의 고향’은 당대 스타급 구미호를 만들어낸 최고의 ‘납량물’이었다. 공포물은 어김없이 브라운관을 찾아오지만, 2013년 판 ‘귀신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처녀귀신’ ‘총각귀신’은 사라졌고, 그 자리엔 귀신을 보거나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방영을 앞둔 두 편의 드라마가 그렇다. SBS ‘주군의 태양’과 케이블채널 tvN ‘후아유’는 귀신은 등장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귀신을 보는 공효진,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소이현이 공포물의 대명사인 처녀귀신을 대신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다음달 7일 첫방송을 앞둔 ‘주군의 태양’은 ‘로코믹(로맨틱코미디) 호러’라는 신(新)복합 장르를 끌어안았다. ‘로코 전성기’의 주역인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집필한 이 드라마는 불의의 사고로 귀신을 보게 된 여주인공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포자기 심경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새롭게 시도된 ‘귀신 이야기’다.
이달 29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후아유’도 6년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여주인공 시온(소이현)이 영혼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을 극 전체의 흐름으로 잡아뒀다.
출사표를 던진 두 편의 드라마는 각각 ‘귀신’과 ‘영혼’이라는 명사를 앞세웠지만, 여기에서는 달라진 귀신 이야기의 현재를 보여준다. 흰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억울함을 읍소하는 전형적인 귀신상은 등장하지 않는다. 환상 속에 있던 귀신들이 극을 끌어가던 구조가 인간의 세계로 축을 이동했다. 로맨틱코미디도 결합돼 음침한 공포물이 아닌 밝고 경쾌한 이야기로 달라진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전통적인 납량물은 명맥이 끊어졌지만, 장르(공포)와 장르(로맨틱코미디)의 결합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같은 귀신이야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통적으로 귀신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문제가 있을 때 등장한다”며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의 경우 억울하게 핍박받다 죽은 귀신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 서민의 정서를 대변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뉴스에선 ‘엽기살인’과 ‘묻지마 범죄’가 범람하는 시대다. 공포물은 이때 “귀신을 사회적 불안을 가진 존재(정덕현)”로 그리고 있다. ‘후아유’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등장하고, 소이현은 그들이 겪은 사건의 실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전적인 납량물과 비슷한 얼개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고 다시 태어난 공포물이다.
지금 우리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공포를 즐길 만한 여유조차 사라진 현재, 대중의 정서는 ‘장르의 변화’를 거친 공포물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