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감시자들’ 속 한효주가 분한 하윤주는 단연 독보적인 캐릭터다. 빠른 두뇌 회전과 냉철한 성격을 지녔지만, 그렇다고 ‘남자’같은 전형적인 여경찰은 아니다. ‘꽃사슴’으로 불리고 싶은 여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매력적이다.
한효주는 이렇게 오묘한 경계에 선 하윤주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그동안 주로 선보인 ‘청순미’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하윤주에 몰입된 연기를 선보였다. 어쩌면 ‘청순녀’보다는 외유내강한 성품의 하윤주가 한효주의 실제 모습과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경찰 캐릭터라고 해서 기존에 주로 다뤄졌던 남자 같은 여자와는 방향을 달리하자고 생각했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너무 ‘초짜’ 같고 헐렁한 느낌보다는 시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원했죠.”
결과는 대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한효주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특히 설경구, 정우성 등 선배들 사이에서도 묻히지 않는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제 힘이라기보다 선배님들의 덕이죠.(웃음) 사실 (설)경구 선배님이 제가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받아쳐 주셨어요. 저를 많이 살려주신 거죠. 다양한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셨어요. (정)우성 선배님 역시 마찬가지고요. 후배로서 너무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애교가 별로 없는 성격이라는 한효주는 정우성을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첫 연기 호흡이라 아무래도 떨렸다”며 웃어 보였다.
“제가 낯도 좀 가리는 성격에도 사근사근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우성 선배님을 만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 인간적이시더라고요. 꾸밈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감시자들’은 현실 속 우리가 간과하는 순간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감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답답해서 집 밖에 나가질 못하겠죠. 그런데 좋게 생각하려고요. 감시가 아닌 관심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많은 분들이 제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로요.”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다”라고 말하는 충무로에서 한효주는 당당히 성장 중이다. 또래 여배우들에 비해 그의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이다. 연기의 비결에 대해 묻자 한효주는 손을 재차 내저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결이랄 건 없고, 그냥 열심히 하는거죠.(웃음) 원래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오글거림도 못 참고요. 주어진 것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면 좋잖아요?”
‘오글거림’을 못 참는 성격답게 선행도 조용히 실천했다. 최근 한효주는 ‘효주기금’을 개설,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 중인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과 소외 아동 청소년 문화체험 지원 사업에 나섰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어떤 의도로 했든지 노출되기 마련이니까요. 많이 걱정하고 고민한 끝에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들 앞에 나설 일이 많으니까요. 선행이 안 좋게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눈에 띄는 직업을 가진 만큼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봉사에 대해 한 사람이 알 것을 두 사람, 세 사람이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지난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로 연예계에 입문한 한효주. 어느 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배우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했다. 작품을 선정할 때도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것 저것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안해본 게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에 욕심이 나죠. 그리고 사실 제가 주무르는 대로 잘 주물리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캐릭터에 잘 물드는 스타일이죠. 저를 좀 잘 물들일 수 있는 분들과 작업해 보고 싶어요.”
2010년 ‘동이’ 이후 브라운관에서는 한효주를 보기 힘들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반창꼬’, 그리고 ‘감시자들’까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드라마 속 한효주는 볼 수 없었다. 한효주는 “드라마를 통해 사랑을 받게 됐는데 이렇게 돼서 슬프다”며 웃었다.
“차기작으로 드라마와 영화, 다 열어두고 있어요. 사실 드라마로 인해 제가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잖아요. 드라마를 통해 사랑을 받은 만큼 브라운관에서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요즘 왜 안나와?’라고 물으시면 속상해요.(웃음) 대중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드라마인만큼 향후에는 좋은 작품으로 인사 드릴게요.”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