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7일 오전 3시 20분(한국시간) 고도를 낮추며 착륙을 시도하던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은 동체 뒷부분이 뭔가에 심하게 부딪힌 뒤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곧 바로 동체 전체가 흰 여기이 휩싸였으며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미끄러지다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활주로 왼쪽편에 멈춰섰다. 이어 ‘쾅’하는 폭발음이 났고 동체에 불길이 번졌다.’
신속한 탈출로 다행히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로 중국인 여성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단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조각난 퍼즐을 짜맞춰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작업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최초 사고 원인과 관련해 ▷기체 결함 ▷공항 시스템 미비 ▷테러 가능성 ▷조종사 과실 등이 제기됐으나, 조종석 녹음 기록 분석 결과 ‘항공기가 충돌 직전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 새롭게 나오면서 조종사 과실과 공항 시스템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美 연방 당국,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초점= 미국 연방항공안전위원회(NTSB) 데보라 허스먼 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브리핑을 통해 “2시간 분량의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은 충돌 1.5초 전에 착륙 시도를 중단하고 다시 기수를 상승하려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 여객기가 너무 낮은 고도에 너무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었으며 충돌 7초 전에 적절한 속도로 높이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사고 항공기가 착륙을 하는데 적절한 속도인 시속 137노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충돌 사고를 낼 때까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서는 비행기에 어떤 문제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과 부기장은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없었고 어떤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NTSB측은 밝혔다. 만약 기체 결함 등으로 추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대화 내용에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착륙에 앞서 응급차를 요청했다는 앞선 보도와 달리 충돌 사고가 날 때까지 기장과 부기장의 모습에는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에 따라 출력을 올렸을 때도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허스먼 위원장은 기장의 과실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조사는 한참 멀었다”면서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고 항공기를 몰았던 조종사가 해당 항공기 운항 경험이 43시간 밖에 없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항 자동착륙유도장치 당시 꺼져있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자동착륙유도장치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부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진행된 공사가 원인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이 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poe)가 꺼져 있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전파항법시스템인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cope)와 연결되는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지난 1997년 8월 발생한 대한항공 보잉 747기의 괌 추락사고 당시에도 아가냐 공항의 이 장치가 고장 나 있었다. 괌 사고 당시에는 조종사가 글라이드 슬로프의 고장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항 공사가 없더라도 날씨가 좋으면 글라이드 슬로프나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등 계기 착륙장치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하는 시계 착륙을 해야 한다. 허스먼 의원장은 그러나 글라이드 슬로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반드시 사고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글라이드 스코프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위성항법장치(GPS)나 활주로 지시 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조사 시작 불과, 길게는 2년 걸리기도= 물론 이번 항공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기 사고조사는 통상 ‘시카고 컨벤션’이라고 불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민간협약 항공기 사고조사 규정에 따라 사고발생 국가의 정부가 일차적 권한을 갖는다. 다만, 해당 국가 정부가 사고조사에 나서면서 항공기 운용사 및 등록 국가, 그리고 항공기 제작사 및 정부에 사고조사 참여를 요청, 합동 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당연히 각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어 상당한 조사 기간이 필요하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조사 기간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따라 통상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이번 사고는 기체가 잘 보전돼 있고 NTSB와 신뢰 관계를갖고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항공 사고에 비해 빠른 시간 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조사관 4명과 운항안전과 항공안전감독관 2명, 아시아나항공 조사대책반 18명 등은 사고기 조종사 등을 면담하는 등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분석에 이어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즉 비행 기록 장치(FDR) 분석에 들어갔다. 블랙박스 해독에는 한국 측 2명(정부ㆍ아시아나 각 1명)이 참여하기로 합의했으며, 조사를 위해 2명은 워싱턴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단의 조사 절차는 ▷초동조치 ▷현장 조사 ▷블랙박스, 운항ㆍ정비, 기체 등 분야별 상세 조사 ▷조사보고서 작성 ▷ 기술검토회의 ▷최종보고서 작성 ▷관련국가 의견 수렴 ▷위원회 심의 ▷조사 결과 발표 등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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