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출신’으로 직접 메가폰…‘명왕성’ 신수원 감독

‘일진회’·어머니 살해한 고3수험생… 학생들 실제모습 상상이상 충격적

영화선 ‘양극화 사회’ 교실로 대변 ‘지옥도’ 같은 학교 풍경 샅샅이 그려

“교사로 현장에 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 못지않은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이 있었죠. 한 학교에 이른바 ‘엄친아’가 있었어요. 키 크고 잘생기고 성적도 상위권이어서 모범생인 줄만 알았는데, ‘일진회 짱’이었더군요. 미술 교사가 과제를 내줬는데, 다른 학생 그림을 빼앗아 제출한 일도 있었죠. 피해 학생은 말도 못했고, 다른 아이들도 무서워서 입을 열지 않았죠. 제 영화가 ‘동급생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담고 있지만 ‘거짓말’이라고 치부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영화 제작 중(2011년)엔 한 고3생이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보도됐습니다. 학교 안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어른들은 모릅니다. 어른들이, 선생이, 학교가 무능하기 때문에 말해야 소용 없으니까 아이들은 입을 닫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를 그린 영화 ‘명왕성’의 개봉(11일)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신수원(46) 감독은 교사 출신이다. 서울대 독어교육과 출신으로 독일어 교사는 수요가 없어 부전공인 사회 교사로 중학교에서 15년간 교편을 들었다. 교직 생활 중에도 신 감독은 소설가의 꿈을 놓지 못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청소년 소설 ‘날마다 자라는 느낌표’(1991년)와 ‘3학년 3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1996년)를 냈다. 세 번째 소설도 청소년과 교육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써낼 요량이었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괴물 같은 학교’를 그려내려 했다. 학생이 학교를 폭파하기 위해 폭탄을 드는 비극적인 결말이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말에 구상했던 소설은 신수원 감독의 인생과 함께 물길을 바꾸고 모습을 달리해 가다 올해 영화로 열매를 맺었다.

신수원 감독 인터뷰.<br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신수원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신수원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중년 엄마의 감독 데뷔 분투기와 중학생 아들의 록밴드 도전기를 담은 장편데뷔작 ‘레인보우’로 주목받은 신수원 감독이 전직 교사로서 교육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두 번째 작품 ‘명왕성’을 선보였다.
신수원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신수원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신수원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7.02 중년 엄마의 감독 데뷔 분투기와 중학생 아들의 록밴드 도전기를 담은 장편데뷔작 ‘레인보우’로 주목받은 신수원 감독이 전직 교사로서 교육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두 번째 작품 ‘명왕성’을 선보였다.

신 감독은 소설을 쓰기 위해 휴직하고 대학원을 찾았다가 지난 200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발을 들였고, 결국 영화로 전업했다. ‘명왕성’은 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명문 사립고를 배경으로 집안과 성적이 좋은 극소수 엘리트 학생들이 끔찍한 교율로 유지하는 비밀 스터디그룹과,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이 학교로 전학 오게 된 서민 가정출신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것은 성적 경쟁과 양극화 사회가 만들어낸, ‘지옥도’ 같은 학교의 살풍경이다.

“일부 고교에서 전교 10등까지만으로 꾸려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퇴출시키는 명문대진학반을 만들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하고 이번 영화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지방의 한 고교에서 겨울만 되면 소풍 겸 토끼사냥을 나간다는 얘기에서 ‘토끼몰이’의 이미지를 빌려왔고, 학교에서 발견된 학생의 시신이라는 모티브를 더했죠. 원래는 그냥 드라마로 가려고 했다가 투자가 안 돼 미스터리 장르로 바꿨습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옮겨놓은 듯한 교실의 풍경을 통해 극단의 경쟁사회를 사는 피로감과 아이들이 앓는 정신병적 가학성 및 폭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영화는 제63회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부산영화제를 시작으로 시드니, 에든버러, 홍콩,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