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의 갈등은 결국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대의 앞에서 대형마트가 자율ㆍ의무휴업 등 영업규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부터였다. 골목상권의 부진이 무분별하게 사세를 확장한 대형 유통업체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아파트 단지 내 필수 시설’ 쯤으로 인식됐던 대형마트가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형마트를 쉬게 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전통시장이나 동네 마트로 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대형 유통업체 영업 제한에 대한 조례가 제정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자체 조례안의 법적 효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과 항소심 법원에서 모두 절차상 위법을 인정했다. 대형마트 측에 사전 통보나 의견 제출을 받는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에서 판정승을 받기는 했지만 ‘상생’이란 대의를 앞두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율 휴업으로 돌아섰다. 한 달에 2차례 정도 수요일에 휴업하겠다는 것이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동네빵집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그러나 이 자율 규제도 얼마 가지 못했다. 지자체가 절차상의 허점을 보완해 다시 ‘일요일 의무휴업’ 카드를 내밀었다. 이달 기준으로 이마트는 146개 점포 중 85개 점포가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102개 점포 중 62개 점포가 의무휴업 적용을 받고 있다.
협의와 규제로 갈등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당장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규제로 인한 매출 저하 때문에 앓고 있다. 대형마트의 매출 저하는 불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매출 역신장폭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영업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매출 신장률은 마이너스 4.4%다. 올해는 1분기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 8.3%, 지난 4월은 마이너스 11.2%까지 떨어졌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마이너스 1.9%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 1분기는 매출 하락 폭이 마이너스 7.2%까지 됐다.
앞으로 의무휴업에 들어가는 점포가 더 많아지면 매출 하락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현재 자율휴업으로 갈음하고 있는 점포들이 지자체와의 협의가 끝나 일요일 의무휴업을 하게 되면 2.8%의 매출이 추가로 더 빠질 것이라 보고 있다.
전통시장 측은 진통은 있었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골목상권 살리기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지난 4월 소상공인진흥원과 함께 대형마트, SSM 주변 전통시장 내 상점 1694개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영세상인들의 평균 매출이 9.1%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들은 의무휴업일에 매출이 하락하는 폭을 감안하면 실제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은 극히 일부라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안이 골목상권 살리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주요 생필품은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감안하면 의무 휴업에 따른 매출 이전 효과는 더욱 적을 것”이라며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일요일 휴무가 증가하면서 협력업체 매출감소, 고용 감소등의 부작용은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파리바게뜨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대형마트ㆍSSM 규제 관련 일지
2011년 12월30일=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12년 2월7일=전북 전주에서 첫 대형 유통업체 영업 제한 조례안 통과
3월11일=전북 전주에서 첫 SSM 강제휴무 시행
3월28일=강동구,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형 유통업체 영업 조례안 통과
6월22일=서울행정법원, 서울 강동ㆍ송파구의 대형 유통업체 영업제한 조례안 절차상 위법 판결
10월22일=대형 유통업체, 출점 제한 자율 협의
12월12일=대형 유통업체, 자율휴무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