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면서 세웠던 첫 번째 원칙은 '실무와 동일하게'였다. 게임 산업의 발전 속도나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고 변화무쌍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되고 새로운 기법들로 무장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다. 개발 일선과는 거리가 있는 학교에서 그 템포를 따라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늘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보다 한 템포씩 늦게 쫓아가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다른 게임 학교에서도 그러하겠지만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서는 정규 대학원 과정을 거친 이론 중심의 교수와 게임 업계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 출신의 실무중심 교수들을 적절히 분배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개발자를 교수로 임용해도 2~3년이 흐르고 난 뒤에는 이미 게임 업계가 한참이나 더 앞서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해결책으로 구상한 것이 현업 종사자를 최대한 학교 강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3~4학년 고학년 커리큘럼에서는 다양한 실무 기법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삼아, 그 임무는 업계의 개발자들에게 맡겼다. 그렇게 교육 과정을 기본 소양과 실무 능력으로 분리해 가르치면서 업계와의 간극을 조금은 좁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개발에 대한 경험이었다.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최대한 업계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 아래 여러 시행 착오와 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했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학생들에게 방학이 시작된다는 것은 또 다른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평소에 구상했던 아이템을 구체화해 게임 콘셉트 문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 지도교수진과 타 학과 학생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음 학기에 함께 개발할 팀원을 구성하게 된다.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성실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반드시 함께 작업을 해야 할 학생과 절대로 함께 작업을 하면 안 되는 학생들에 대한 일종의 살생부가 돌게 되고 우수한 팀원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프로와 학생의 차이점은 담당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이다. 이를 위해 팀원의 규모를 가장 최소 단위로 제한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작업 진척이 없다거나 소위 잠수를 탈 경우 팀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서 개인의 책임감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수진은 지도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팀이 해체되거나 결과물이 형편없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 역시 '실무와 동일하게'라는 첫 번째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뼛속까지 깊게 심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좋은 팀원 구성이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선결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만들어 냈고 학교게시판에 공개적으로 팀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실력 있는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미미하지만 서서히 학생들에게 실무에서의 개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차별화된 능력을 키워준다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현업에 나아가기 전 최대한 업계에 최적화된 인력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그 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는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