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백년의 유산’서 ‘찌질파탈’로 주목받은 최원영
30살에 ‘색즉시공’으로 데뷔 주위서 반대많아 오기 더생겨 묵묵히 정공법으로 연기 승부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은 지독한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와 열혈 마마보이 김철규(최원영) 같은 캐릭터를 비호감이 아닌, 괜찮은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게 만든 것이 성공의 큰 원인이다. 여기서 최원영(37)은 ‘찌질파탈’이라는 캐릭터의 신영역을 개척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김철규란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마마보이에 바람기가 있고 처에게 폭행도 하지만, 착하고 수수한 모습도 있다고 돼 있었다. 결혼과 이혼하는 캐릭터를 연속해서 맡아 이런 캐릭터에 지쳐 있었다. 하지만 맡기로 한 이상 시청자 입장에서 뭔가 흥미를 주고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최대한 풍요롭게 만들고자 했다. 작가님도 철규라는 인물을 더 오픈해주니까 나도 인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최원영은 한 가지만 보고 돌진하는 돈키오테와 인간적인 순수함을 아울러 지닌 철규라는 인물의 매력을 끄집어냈다. “철규가 마마보이가 된 건 힘들게 살았던 트라우마 등 누적된 정서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의 기복이 커진 거다. 철규가 입는 유아적인 옷도 엄마가 그렇게 이쁜 걸 사서 입혔다고 생각하니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생각할 때 큐브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내 아이디어다. 다음에는 아예 작가님이 퍼즐 맞추는 철규라고 대분에 써주더라.”
최원영의 디테일한 노력에 스태프는 물론 시청자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철규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된 이유를 “어른이지만 미성숙하고 허당스러운 모습. 결여된 인간이지만 안쓰럽기도 한 모습이 동정도 자아내지 않았을까. 나중에는 철규가 당하니 귀여운 악역이 된 것 같다. 게다가 철규에겐 순정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28 배우 최원영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28 최원영은 최근 종영한 MBC ‘백년의 유산’에서 한쪽으로만 돌진하는 돈키오테와 인간적인 순수함을 아울러 지닌 새로운 마마보이 캐릭터를 만들어내 크게 주목받았다. 이상섭 기자/babtong@
최원영은 거의 30살이 다 된 나이에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했다. 상명대 무대디자인학과,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석사를 마친 후였다. “뭘 해야 될지 고민으로 20대를 보냈다. 제대 후 내가 생각하는 직업군을 50개 정도 써봤는데, 배우는 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나를 해체시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됐다.”
최원영은 연기를 배운 것도 아니어서 연기 잘하고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을 찾아가 연기를 배우고 오디션도 수없이 보러 다녔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한효주와 이별하는 장면을 찍고 중간 퇴장했다. 그는 “이 장면만은 잘해보자고 열심히 찍었는데,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는지 최현경 작가님이 대본에 수고했다는 글을 써주셨고, ‘이웃집웬수’라는 주말극에도 불러주셨다.” 사실 최원영은 ‘이웃집웬수’에서 건실한 청년을 연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원영은 “늦게 출발했다고 늦게 도착한다는 법은 없다. 도착지점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믿음을 가지고 묵묵히 정공법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늦게 연기를 시작해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는데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나를 내가 믿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 평범하고 애매모호해 부적합한 면이 많지만 이 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보자고 했다”면서 “연기는 자연스러운 것을 중시한다”고 했다. 이어 “박원숙을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라고 생각한다”면서 “박원숙 선생님께 배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아울러 ‘백년의 유산’은 나에게 연기의 좋은 방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