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의 트렌드는 ‘공분’입니다. 공분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일어납니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들의 ‘몫’입니다.”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6월30일 900회를 맞았다. 무려 21년, 프로그램의 역사는 ‘작은 한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주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연타석 홈런을 쳤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5월25일, 895회)’, ‘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6월15일, 898회)’,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 스캔들(6월22일, 899회)’ 편. 제작진의 언어로 표현된 ‘제목’을 걷어내면 이 방송분들은 영남제분, 익산경찰서, 영훈중학교 사건으로 요약된다.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불매운동과 재수사, 불평등 불공정 논란을 불러온 방송분이다.
1992년 SBS에 입사,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PD로 활약했고, 4년간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현직PD(1999~2002), 2년간의 데스크(2009년~2010)를 거친 뒤 2011년 12월부터 제작, 기획을 맡은 박기홍 CP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일군 성과를 프로그램이 걸어온 다사다난했던 역사에서 찾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춘 아이템의 변화죠. 주기별로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겠다고 목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작될 당시엔 ‘초현실(무속신앙, 사이비종교)’이라는 코드가 인기를 끌었고, 소수자들의 인권(트렌스젠더 등)이 화두가 된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트렌드는 ‘공분’입니다.”
시사다큐로 시작한 ‘그것이 알고싶다’가 “새로운 걸 찾았던” 이전과 달리 탐사보도 다큐로 탈바꿈하며 보여준 오늘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900회 방송분은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후속으로 마련된 ‘죄와 벌’ 편. 여기에는 의료업계와 검찰, 재계가 결탁한 “그들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사법권”을 조명했다.
박CP는 이에 “지금은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줘야 하는 때”라며 “공분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파급력은 상당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출범 초반이었던 90년대는 물론 10년 전만 해도 시청률을 30%에 육박했다. 현재는 10% 초반대의 수치를 써내고 있지만, 영향력과 파급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 현재의 경우 VOD 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한 다시보기와 SNS를 통해 프로그램 내용이 빠르게 전파되고, 그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경쟁작과 비교해도 반응의 크기는 다르다. KBS2 ‘추적60분’, MBC ‘PD수첩’, ‘시사2580’ 등이 ‘그것이 알고싶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유독 ‘시사다큐의 신기원’이라거나 ‘경찰보다 나은 탐사보도’, ‘나라가 해주지 못했던 일을 하는 방송’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게 한다.
그 저력이 단지 대중의 분노를 건드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CP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공요인을 ‘철저한 국어의 사용’과 ‘재연기법’을 통한 남다른 스토리텔링에서 찾았다.
박 CP는 “시청자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작가와 PD 모두 국어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며 철저한 국어의 사용이 바로 프로그램의 숨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본을 보면 정말 쉬운 말로 이뤄져있다”며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주술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표현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PD와 작가들 모두가 “의미가 통한다고 그냥 쓰진 않는다”며 “팩트도 중요하지만 서사방법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데, 정확한 국어의 사용이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드(미국드라마)에 길들여진 젊은 PD들이 만들어낸 재연기법은 시청자에겐 높은 인기를 모으지만, 사실 제작진에게도 ‘딜레마’였다. 아무리 현실적인 재연이라 할지라도 “당시의 사건 상황과 똑같이 재연할 수 없다”는 점을 제작진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찰조사, 법원판결, 공소장 등 글로 적힌 사건을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사건현장에서의 ’경우의 수‘를 실험하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꾸미며 또 다른 방식을 찾아나가고 있다.
6명의 PD가 6주에 한 편씩 제작을 맡고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아이템 발굴’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때는 소재고갈로 1년간(95년 9월~96년 10월) 방송이 중단됐던 때도 있었다.
박 CP는 “최근의 모든 프로그램이 공분이라는 코드에 맞춰져 있다. 그 가운데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미 시청자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것을 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제작상의 고충을 털어놨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다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과 철저한 취재가 우선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것이 알고싶다’는 다시 1000회를 향해 도약한다. 20년을 넘어 30년, 40년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제작진이 지켜나가고 싶은 가치는 한 가지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6명의 PD와 작가들 모두가 옳다고 판단하는 것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방송만큼은 정의롭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 기계적인 객관성은 언론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겠죠. 아무리 작은 사건일지라도 누군가의 억울함 풀어주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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