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은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에서 아역 배우 갈소원과의 부녀호흡으로 ‘국민남편’에서 ‘국민아빠’, ‘국민 딸바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다시 한 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유준상은 뮤지컬 ‘그날들’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 “(갈)소원이를 못보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털어놓는 유준상과 본지가 만나 ‘출생의 비밀’의 3개월 동안 여정을 들어봤다.
‘출생의 비밀’은 기억을 잃은 여자가 자신과 어울릴 것 같지 않는 한 남자를 만나 지워진 기억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요즘 안방극장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가운데 ‘출생의 비밀’은 부녀간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며 ‘힐링코드’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자극 없고 가족 간의 사랑을 되새기는 전개는 호평을 들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한 자릿 수를 전전하며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시청률이 좋고 나쁨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아요.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서 시청률까지 잘나온다면 좋겠지만 모든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건 아니니깐요. 그럼에도 불구 소원이와 유리, 좋은 작가님과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극중 유준상은 학교를 중퇴하고 제재소에서 일하며 가난하지만 긍정적인 청년 홍경두 역을 맡았다. 홍경두는 맡아 자살하려던 이현(성유리 분)을 구해주고 1년 동안 함께 살면서 해듬(갈소원 분)을 얻었고, 사라진 이현을 그리워하며 하나 뿐인 딸 해듬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인물이다.
유준상은 유독 ‘딸 바보’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갈소원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과 연기를 브라운관을 통해 보고 있자면 친딸과 함께 연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두 사람의 진정성 있는 부녀연기에 ‘출생의 비밀’을 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딸 바보’가 될 수 밖에 없었어요. 소원이를 제 아이한테 대하듯 했어요. 추우면 담요를 덮어주기도 하고 항상 안고 다녔죠. 아이도 제가 진심이란 마음을 가지고 대한 것을 알고 있어요. 아무리 소원이가 어려도 촬영용인지 진심인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알 줄은 알거든요.”
갈소원이 대한 유준상의 애정은 브라운관에서 느껴지는 그것 이상이었다. 유준상은 앞으로 갈소원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배우가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줄 예정이다.
“20살 될 때까지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아이 부모님과 와이프와 이야기해서 체크를 해주려고 해요. 소원이를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는 정말 좋은 자원이거든요. 지금 소원이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아요. 이 관심이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잘 헤쳐나가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답지 않은 아역배우들이 많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안타까운데 소원이는 제 나이다운 순수함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를 즐길 줄 알어라고요. 어린 아이가 그 많은 대사를 외워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유준상은 갈소원에 대한 애정만큼 상대배우 성유리에 대한 칭찬도 늘어놨다. 유준상은 인터뷰 도중 성유리는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힐링녀’로 칭하기도 했다.
“(성)유리는 정말 착해요. 소원이와 같이 저의 활력소였죠. 그 친구가 전작에서 연기력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저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연기도 잘해줬고 호흡도 좋았어요. 함께 연기할 때 제가 우는 장면인데도 함께 울어주고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대배우로서의 역할을 잘해줬어요. 진심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느껴졌죠. 또 유리가 극중 프토그래픽 메모리 증후군을 가진 인물이라 대사가 엄청 많았는데, 거의 NG없이 해냈거든요. 그 부분은 칭찬을 해줘도 아깝지가 않죠.”
부녀연기 또한 화제가 됐던 것은 유준상의 ‘사투리 연기’ 였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는 경두의 순박한 캐릭터를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힘을 보탰다.
“아버지 고향이 충청도였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한다고 했었어요. 만일 다른 지역이었으면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사했을꺼예요. 평소 생활에서도 충청도 사투리를 써왔고, 대본도 사투리로 대사가 나왔고요. 간혹 청주는 사투리를 잘 안쓴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극 초반부터 보신 분들은 경두가 충청도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생활했던 인물이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계실꺼에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유준상은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경두와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경두의 차이가 커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순박한 경두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바보’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홍경두라는 인물에서 무식하고 가진 것은 없지만 따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느끼대로 순수하고 따뜻한 홍경두를 그려냈지만 시청자들은 ‘홍경두처럼 살면 바보취급 당한다’, ‘저거 바보아냐?’라는 글들을 봤어요. 저는 ‘한 번도 경두를 바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 사람들은 저런 사람들을 보고 바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순수해서 바보라고 보일 순 있지만 절대 바보는 아니거든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을 촬영하는 동안 뮤지컬 ‘그날들’ 공연을 병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준상은 월요일 하루를 쉬고, 화요일부터 밤을 새서 토요일까지 ‘출생의 비밀’ 촬영을 시작한다.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쯤 촬영이 끝나면 3시간 정도 자고 공연장에 11시까지 가서 3시와 6시 공연을 해왔다. 듣기만해도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뮤지컬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와 체력관리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당시만해도 뮤지컬은 비전이 없었고 척박했죠. 어려울 때 뮤지컬을 시작했던 것이 애착을 가지게 된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또 뮤지컬을 시작하던 때라 책임감도 따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오래 버티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외국 공연을 보면 나이에 맞는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자원도 부족하죠. 저는 시간이 흘러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잘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노래 레슨도 받고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어 힘들긴하지만 관객과 무대에서 만나는 보람을 놓칠 순 없죠.”
“특별히 체력관리를 하는 것은 없어요. 쪽잠자는 것 밖에요.(웃음) 공연을 해야 하니까 금요일되면 소리체크를 합니다. 이런 힘든 스케줄에도 김광석 음악들로 구성된 공연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노래에 담긴 정서거 아름다워서 노래를 하면서 마음의 정화가 되거든요.”
유준상은 뮤지컬계에서 맏형으로 활약하고 있는만큼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준상이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는 누구일까.
“‘그날들’에서 함께했던 지창욱, 오종혁과 엄기준, 박건형, 문정원, 이 친구들이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할 것 같아요. 공연에서 다져진 에너지들은 무시 못하거든요. 이들이 영화, 드라마에서 뽑아낼 수 있는 힘들이 기대가 됩니다.”
대중은 유준상을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로 기억한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준상은 많은 스케줄 속에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밝은 분위기와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졌다.
“제 좌우명이 ‘관객과의 약속, 저와의 약속을 꼭 지키자’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제 뇌리에 깊게 박히는 것 같아요.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치지 말아야 하죠. 그래서 스스로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저와의 싸움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또 절실함도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요. 벌에 쏘여서 촬영도 접고 뮤지컬에 오르지 못할 상황까지 오니깐 몇일 밤 새서 촬영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낫게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더라고요.(웃음) 40대 중반이지만 정신력과 절실함으로 무장하는 것이 항상 ‘화이팅 넘치는’ 비결이죠.”
차기작을 통해 조만간 다시 대중과 만날 것이라는 유준상. 이번에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