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문찬석 증권범죄합수단장

“증권범죄로 상장 폐지되는 업체의 최대주주 중에는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기업사냥꾼’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업체에 대한 투자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문찬석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52ㆍ연수원 24기·사진)은 일반 투자자들의 ‘주가조작 피해 방법을 알려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합수단 출범 100여일간 14건의 수사를 통해 81명을 입건하면서 쌓은 노하우”라며 이같이 말했다. 합수단이 그간 붙잡아 기소한 60명의 주가조작사범 중 14명이 대표이사나 대주주였다. 14건의 사건 중 8건에 대표이사, 대주주 혹은 경영진이 가담했다. 주가조작이 전문‘꾼’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주주까지 복잡하고 다면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문 단장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주가조작 사건은 시세조종 일당 3~4명이 주가를 조작해 불법이득을 올리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돈을 대는 사채업자와 대주주, 경영진이 주가조작을 실행에 옮기는 전문꾼들과 결탁해 10명 안팎의 팀을 꾸린 뒤 단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방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고가 매수주문만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최근엔 허위 공시나 보도자료를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매매에 사용되는 컴퓨터의 고유식별번호(Mac)값을 수시로 변동시켜 마치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주문한 것인 양 속이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진화하는 수법에 피해를 입는 것은 소액주주들이다. 14건의 주가조작범죄로 피의자들이 횡령하거나 주가를 조작해 얻은 이익은 1311억원대에 달한다. 모두 소액주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검찰 등이 한데 모여 입체적 작전을 편 결과는 놀랍다. 불공정거래 심리종목은 월평균 32건에서 24건으로 25% 줄었다. 시세조종성 주문을 하는 거래자에게 자동으로 경고하는 ‘불공정 예방조치’ 건수도 5월 441건에서 7월 361건으로 줄었다.

문 단장은 “주가조작사범을 근절하기 위해 현재 1년간 시범운영한 뒤 존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는 합수단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