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위험한 현장에는 중국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사고가 발생하면 중국 사람들이 죽는 거죠. 돈이나 잘주면 다행입니다.”
또 중국동포가 죽었다. 중국동포 3명이 노량진 배수지 작업현장에서 수몰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데 이어, 무너져 내린 방화대교 상판에 깔려 처참히 죽어간 인부들 역시 모두 중국동포였다.
1일 새벽 5시 30분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4번출구 앞.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임에도 하루 일당을 벌러 온 중국동포들로 붐볐다.
팔이 불편해 보이는 변창송(59) 씨는 지난 2010년 9월 비가오던 어느날, 서산에서 일을 하다 3층 건물에서 미끄러지며 땅에 떨어졌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헬멧이나, 안전허리띠도 없었다.
변 씨는 사고로 6개월의 입원, 4개월의 재활 치료를 받았다. 사고후 3년이 지났지만, 그의 한 쪽 팔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그는 “중국인들 사망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담하다”며, “어쩔 수 있나. 높고 위험한 곳은 우리들 차지인데…”고 힘없이 말했다.
방화대교 붕괴, 노량진 수몰 사고 이야기가 나오자 변 씨 주위로 중국 동포들이 모여들었다. 변 씨와 같은 흑룡강 출신인 한영길(42ㆍ가명) 씨는 “아시바만 타고 올라간다. 안전시설이니 감리니 하는 것들은 큰 공사현장 뿐”이라며 “상가나 주택 공사장에서는 목숨 내놓고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위 3D 업종에 외국인 노동자, 특히 중국 동포들로 채워지면서 이들이 한국인들 대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144만5103명 중 중국동포는 44만 7877명으로 30.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이 일하는 영역도, 단순노동, 일용직 등에 한정돼 있다. 통계청의 ‘2010년 국가통계포털인구 총조사 외국인 부문’을 보면, 국내서 일하는 41.4%의 중국동포가 공사현장 일용직 등 단순노무직에서 일하고 있다. 전문직은 1.5%이다.
중국 동포들이 희생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공사 현장에서 산업안전을 확보하는 일뿐 아니라 건설업 등에 편중돼 일하는 동포들이 취업이 허용된 38개 업종에 골고루 분포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기준으로 H2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23만여명에 이른다. H2 비자를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은 3년 동안 건설, 서비스업등 38개 업종에 일할 수 있다. 짧은 체류기간 때문에 이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고 높은 위험이 있는 건설업 등에 몰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