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고려대 남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을 상대로 몰카를 찍는 등 성추행하고 이 중 3명은 성추행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학 내 성범죄의 심각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덩달아 대학생 대상의 성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10월 전국 280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내 성범죄 건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학내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는 학부생이 10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교수가 36건, 직원이 18건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피해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각각 126건, 24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 내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다. 일부 대학에서 강사를 초빙해 성(性) 특강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학우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고려대의 경우에도 신입생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1학년 세미나’ 과목 중 성교육이 포함돼 있지만 대학 1학년생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한시적 성교육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갑자기 많은 자유를 얻게 되는데 중ㆍ고교에서의 성교육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성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대학차원의 성교육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별도의 상담소를 두고 있는 대학도 전체의 약 26%에 불과하다. 성희롱ㆍ성폭력상담소가 개설돼 있다 해도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상담소 한 관계자는 “인력이나 예산이 넉넉지 않아 모양새만 갖추고 있는 곳도 상당수다. 열악한 여건으로 상담 전문인력을 두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학내 성범죄는 대부분 같은 학생이나 교수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가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 고려대 사건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으니 사전 예방교육이 더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