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 한푼이라도 싼 온라인 서점으로… 없는 것 없는 대형서점 우후죽순 소형서점 10년새 절반 넘게 문닫아
동병상련 동네서점들 협동조합 설립 정부지원 활용 온 · 오프 매장 활로모색 도서정가제 · 온라인 물량공세 대책 시급
독서문화의 풀뿌리이자 생장점이라 할 수 있는 동네서점이 고사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992년 5371개가 등록돼 있던 전국의 서점 수는 2011년 현재 1752개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폐업한 서점들의 대다수는 영세한 중소형 서점들로 분석된다. 매장면적이 20평(66.116㎡) 미만인 소형 서점은 2003년 2017개로 전체의 56.2%를 차지했으나 2011년 958개로 전체의 37.2%로 위축됐다.
반면 100평(330.579㎡) 이상 500평(1652.893㎡) 미만 서점의 수는 2003년 180개에서 2011년 282개로, 500평 이상 대형서점은 2003년 20개에서 2011년 35개로 늘어났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번역일을 하는 조정훈(가명ㆍ33) 씨는 꽤 부지런한 독서가를 자처한다. “주로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살펴보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해요. 요즘 동네서점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 때론 죄책감이 들기도 하죠.” 조 씨의 ‘죄책감’은 몰락하는 서점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학부 때만 해도 대학 앞 동네서점을 많이 이용했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출간됐다고 하면 서점으로 가던 설레는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온라인엔 그런 느낌이 없어요.”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한 푼이라도 책값을 아끼려면 온라인서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조 씨의 설명이었다.
서울 광진구 자양4동에서 35년째 ‘한글서점’을 운영하는 최승환(61) 씨는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2007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들어서면서 동네서점이 설 자리가 사라졌죠.”
비록 규모는 작아도 최 씨가 서점을 운영하며 가진 자부심은 적잖았다. “예전에 동네서점은 일종의 사랑방이었죠. 학생이나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단골손님도 많았는데 그런 게 다 사라졌어요. 동네 인정도 메말라가는 것 같아요.”
장석영(65) 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은평구에서 32년간 운영했던 ‘한글문고’를 폐업처리했다. “자선사업이라면 모를까, 건물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었어요.” 역시 위기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과 함께 왔다. “동네서점은 대형서점만큼 단행본 구색을 갖출 수도 없고 참고서까지 온라인서점에서 예약판매로 싹쓸이해버리는 마당에 경쟁을 할 수가 없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오프라인 서점은 구조적으로 할인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자율경쟁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공급될 때는 싸봐야 70%, 온라인서점에는 최저 30% 가격에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혈안이 된 출판사는 출혈을 감수하며 온라인 매장에 물량 공세를 하고 있다. 때문에 동네서점은 인건비조차도 건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 동네서점의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동네서점의 새 생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30년 넘게 ‘한우리문고’를 운영하는 김의수(60) 대표는 지난 2009년 동네서점으론 드물게 인근 구립도서관에 납품 계약을 했었다. 약 6개월간 계약 금액이 6000만원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대형서점의 가격 공세를 감당할 수 없어 계약은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김 대표는 서울 동부지역에 위치한 동네서점과 합심해 ‘동부서점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난 16일 협동조합 설립을 정식으로 인가받았다. 동네서점 협동조합으론 서울에서 유일하다.
현재 동부서점 협동조합은 동대문구, 성동구 등 서울 동부 지역의 동네서점 5개가 모인 것에 불과하지만 김 대표는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토대로 관내 구청이나 중ㆍ고ㆍ대학교 등과 많은 납품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매출 20억원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부서점 협동조합은 또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 온ㆍ오프라인에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에 동네서점은 모두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면서 “이 상태로는 실핏줄 같은 동네서점은 전멸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는 각오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동부서점 협동조합은 동대문구청에 2000만원 상당의 도서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동대문구 15개 주민센터에 각 100만원씩 계약을 했다.
한편 한기호 소장은 만약 오프라인 서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성, 창의성, 의외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러한 가치들이 동네서점의 몰락과 출판시장의 양극화로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서정가제를 확실하게 지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프랑스 등 선진국이 도서정가제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독과점을 규제하는 이유가 출판산업을 건강하게 육성하기 위함”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기훈ㆍ이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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