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의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이 개봉 이틀만에 70만명을 돌파(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하며 한국영화의 폭발적인 흥행열기를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한국영화는 14일 올해 누적관객이 9000만명을 넘는다. 예상보다는 일주일여, 지난해보다는 약 40일을 앞당긴 역대 최고 속도의 기록이다. 지난해에는 10월 23일에 연간 누적관객이 9000만명을 넘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영화시장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극장관객 2억명-한국영화관객 1억2천만명’ 시대를 연다.

‘관상’은 지난 11일 개봉해 첫 이틀간 70만7428명을 동원하며 추석을 앞둔 흥행경쟁에서 다른 작품을 압도했다. 1위와 비교적 큰 차이가 벌어졌지만 설경구 주연의 ‘스파이’가 뒤를 따랐으며 지난 5일 개봉후 누적관객은 127만명을 돌파했다.

두 ‘천만배우’의 활약으로 한국영화는 전례없는 잔치 분위기 속에 추석극장가를 맞게 됐다. 당대 최고로 평가받았던 흥행파워가 최근 2~3년간 주춤해졌다는 평가를 들었던 송강호는 ‘설국열차’(925만명)로 분위기를 일신했으며, 전작의 흥행열기가 채 식지 않은 가운데 ‘관상’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게 됐다. 올해 수확은 설경구도 만만치 않다. ‘타워’(316만명)와 ‘감시자들’(550만명)을 연이어 흥행시켰으며, ‘스파이’에 이어 오는 10월엔 ‘천만 감독’ 이준익과 조우한 ‘소원’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처럼 올해 한국영화가 전례없는 부흥기를 맞게 된 데는 그동안 국내 극장가에서 크게 의미가 없던 ‘톱스타배우 개인의 명성과 연기력에서 비롯된 흥행파워’가 부활한 것도 주효했다. 송강호, 설경구를 비롯해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이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그리고 오는 10월 개봉하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김윤석은 엔딩 크레딧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배우들로 꼽힌다. 경력과 연기력에서 관객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최강 흥행파워의 스타들이다. 여기에 TV에서의 인기를 스크린으로 이어간 ‘숨바꼭질’의 손현주도 향후 영화계에서의 주목도를 높였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과 지난해 ‘늑대소년’의 주인공인 송중기 등 젊은 관객들의 팬덤에 바탕한 티켓 파워를 가진 청춘스타들도 가세했다.

상업성과 작가의식을 갖춘 흥행 감독의 이름값도 여전히 극장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설국열차’의 봉준호와 ‘베를린’의 류승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빼어난 연출력에 더해 대중적인 감각과 효율적인 제작관리능력을 보여준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숨바꼭질’의 허정 등 신인 감독도 선배들 못지 않은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다.

한국영화 중견 제작자들의 ‘기획력’도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견인차역할을 톡톡히 했다. ‘더 테러 라이브’를 기획한 씨네2000의 이춘연, ‘감시자들’의 영화사집 이유진, ‘숨바꼭질’의 드림캡쳐 김미희 대표 등은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함께 한국영화를 이끌고 있는 발군의 프로듀서들이다.

이러한 감독ㆍ배우ㆍ프로듀서의 조합은 ‘소재 및 스토리텔링의 한국성’과 ‘대중 장르의 보편성’을 조화시킨 작품들을 배출하는 토대가 됐다. 최근 흥행작들을 보면 양극화 사회의 그늘을 그려내거나 한국사로부터 소재를 취하고, 동시대 현실로부터 느끼는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면서도 SF, 재난, 스릴러, 액션, 갱스터, 드라마 등 서구적인 장르의 공식과 어법에 충실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한국영화가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무대에서도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는 원동력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