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자본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파생상품시장이 극심한 침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래량 급감으로 일부 증권사들이 사업을 아예 접거나 축소까지 검토하는 실정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파생상품 중 규모가 가장 큰 주가연계증권(ELS)의 8월 발행액은 2조4315억원으로 2011년 11월 이후 2년여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파생결합증권(DLS)은 월 평균 1조원대의 발행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초 3조원 규모에 비하면 힘이 약해졌다. 2010년 월 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까지 육박하던 주식워런트증권(ELW)도 올 들어 평균 1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며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
이처럼 파생상품 거래가 급감하면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관련 상품팀을 축소하는 증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다음달부터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업무를 금융감독원에 자진 반납키로 했다. 장기간에 걸쳐 고객의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도 파생상품 영업팀 인원을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파생상품 세계 1위’라는 한국의 명성도 사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이 4억2900만 계약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9.2% 급감했다. 2011년 글로벌 시장 규모 1위에 올랐던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이 올해는 11위까지 급전직하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과 인도 시장 등 세계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이 몰락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몇 년 동안 코스피200옵션 계약단위를 5배로 올리고 ELW 호가범위를 제한하는 등 강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이 여파로 개인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급감했다.
금융당국 측은 “ELW를 제외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규제는 없었다”면서 “투기적 자본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기적 세력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한국만의 창의성을 살리고 한계에 직면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가 파생상품시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을 과감히 허용하면서 혁신적인 지수 상품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면서 “파생상품이 부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하나’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도 “당국이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