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엠텍비젼 과실 인정” 판결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관련 소송 중 사실상 첫 승소 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기업이 항소심에서는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 최상열)는 반도체 설계ㆍ제조업체인 엠텍비젼이 “부당한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엠텍비젼의 과실도 손해발생의 원인이 됐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며 시티은행의 책임을 30%로 낮춰 잡았다. 1심이 손해액의 70%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1심은 은행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보거나 20∼50%의 책임만 인정한 기존 판례에서 벗어나 키코 피해기업의 손을 들어준 사실상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엠텍비젼은 그나마 인정받은 씨티은행 측 30% 과실마저 실제로는 한 푼도 배상받을 수 없다. 키코 때문에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씨티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등 수십억원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손해배상금이 대출금과 상계된다는 씨티은행의 항변을 받아들여 “손해배상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엠텍비젼 또 이번 판결로 1심 승소 이후 가지급 받았던 5억원을 씨티은행에게 돌려줘야 할 처지에 처했다. 이 업체는 항소심 심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피해를 본 기업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내 현재 각급 법원에서 27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