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회장님 거취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만 명확하게 말씀해주시죠.” “거취요? 제가 지금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되겠습니까.”

지난 6월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사퇴설에 대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뜻밖의 ‘돌직구’를 던졌다. 간담회 직전까지 이 회장 관련 숱한 소문들이 나돌던 시기였다. 긴장했던 좌중은 이 회장의 당당한 답변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겉으로 보기에 이 회장은 유머로 넘겼지만 자신이 끝까지 KT를 지키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KT는 경매를 통해 숙원하던 주파수를 따냈다. 경매 돌입 전까지 ‘재벌’, ‘친정부’ 등 각종 설전이 이어지며 ‘KT 대 반(反) KT’ 구도가 형성될 정도로 KT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경매 중간 또 다시 사퇴 압력설이 돌기도 했다. 2888억원으로 시작한 경매가가 9001억원까지 오르는 등 KT는 경쟁사보다 2배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우려됐던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석채(기업인/전행정공무원/KT대표이사회장)
지난 6월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사퇴설에 대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뜻밖의 ‘돌직구’를 던졌다. 간담회 직전까지 이 회장 관련 숱한 소문들이 나돌던 시기였다. 긴장했던 좌중은 이 회장의 당당한 답변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겉으로 보기에 이 회장은 유머로 넘겼지만 자신이 끝까지 KT를 지키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순간이었다.
이석채(기업인/전행정공무원/KT대표이사회장) 지난 6월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사퇴설에 대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뜻밖의 ‘돌직구’를 던졌다. 간담회 직전까지 이 회장 관련 숱한 소문들이 나돌던 시기였다. 긴장했던 좌중은 이 회장의 당당한 답변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겉으로 보기에 이 회장은 유머로 넘겼지만 자신이 끝까지 KT를 지키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주파수 경매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이번 주파수 확보는 KT에 불리하게 전개됐던 상황들이 마침내 극복되고 밝은 미래가 펼쳐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대기업들의 단합된 힘들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숙명처럼 받아들이려 했던 나쁜 습관을 떨쳐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각종 견제와 압력 끝에 KT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 KT가 차지한 1.8㎓ 대역의 D2블록은 그동안 KT가 사용했던 주파수 바로 옆의 인접대역이어서 손쉽게 기존의 LTE 속도를 최대 2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경쟁사들이 서로 다른 주파수 2개를 묶는 방법과 달리 KT는 같은 주파수로 한 번에 길을 2배로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KT는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미 경쟁사들이 KT보다 두 달 앞서 2배 빠른 LTE-A를 상용화하며 KT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지만, 이번 주파수 확보로 가장 먼저 광대역 LTE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도 “잠시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대반격을 준비하자”며 직원들 독려에 나섰다.

각종 풍랑을 견뎌낸 이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e-메일 말미에 그는 50년 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 때 흘렀던 노래 ‘We shall overcome’을 좋아한다며 “우리는 마침내 승리할 것입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KT 이석채호’의 출사표는 던져졌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