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집회 국가 패소 판결 의미 시위 성격놓고 보수-진보 첨예대립
31일 법원이 ‘광우병 촛불집회’를 관리하던 경찰의 피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은 주최자가 불분명한 대규모 시위의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부터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며 촛불집회에 색깔 공세를 벌였지만 결국 배후 세력을 특정하는 데에 실패했다.
수십만명의 시민이 서울시내 한복판으로 몰려나온 2008년 촛불집회는 당시부터 그 성격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다. 보수 진영은 기존의 ‘반미 세력’이 주도해 시민들을 선동ㆍ현혹해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진보 진영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임을 강조하며 종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집회 양상이라며 의미를 치켜세웠다.
이러한 양측의 견해 차이는 법정까지 이어졌다. 국가 측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가 2008년 촛불집회를 기획ㆍ주최한 세력이라며 불법 시위의 책임을 물었다. 법정에서도 이들 시민단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냈는지를 입증하는 데에 주력했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새로운 시위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법원이 이날 국가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이러한 시민단체의 입장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경찰이 입은 일부 상해에 대해서는 배상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가해자와 가해 장소 특정 없이 공동으로 2개월간 수만명이 참가했던 다수의 인적ㆍ물적 손실을 상호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시민단체들에 묻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광우병 촛불집회와는 달리 단일한 목적을 가진 단체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주최한 시위가 불법으로 변질돼 경찰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는 대체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국가는 2006년 11월 충남경찰청이 “ ‘한ㆍ미 FTA 반대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대전ㆍ충남 지역 시민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시작으로 불법 시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소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묻고 있다.
법원 역시 대체적으로 “집회 시위에 있어 주최자는 질서 유지 지시를 내려야 하고, 질서 유지를 할 수 없으면 집회 또는 시위를 종결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주최 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몇 만명씩 모이는 대규모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가 흥분해서 저지른 행동에 일일이 책임을 묻는다면 집회를 주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회 주최 측에 책임을 묻는 판례가 형성되면 집회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