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시리즈는 결말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의 한국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다. 야구에선 공을 쥔 쪽은 투수지만, 경기흐름을 읽어 투구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포수다. 그래서 투수와 포수를 ‘배터리(battery)’라고 한다.
정치에서 투수는 청와대, 포수는 여당 지도자다. 에이스 투수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라면, 간판 포수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원내에 복귀한 서청원 의원이 꿰찰 가능성이 확실하다. 야수 역할을 할 5대 권력기관장 인선도 마무리됐다. 10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는 어찌보면 ‘박근혜 팀’ 출범의 시구이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의 정치는 공격야구였다. 4대강, 수도이전 등 ‘홈런’ 한 방으로 단숨에 민심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박근혜’의 야구는 ‘국민행복’, ‘비정상의 정상화’이라는 잔잔함을 바탕으로 한 ‘수비야구’, ‘이기는 야구’다.
인사참사, 불통 등 ‘실투(失投)’와 증세논란, 공약불이행 등 ‘실책’ 등은 투수 리드와 수비 대형을 리드할 포수의 부재와 관계가 깊다. 포수가 타자의 반응을 예측해 어떤 사인을 내느냐에 따라 투수의 구질이 결정되고, 타구의 방향도 대략 정해진다. 그래서 요즘 야구에선 주전포수의 몸값이나 인기가 주전 투수를 뛰어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특히 서 의원은 화성갑 재보궐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됨으로써 팀내 후보 포수들과의 차별성도 입증했다. 심지어 상대팀 팬들조차 오심(誤審)만 따지는 민주당 보다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일단 경기를 하자는 ‘박근혜 팀’에 소리없는 동의를 보냈다. 젊은층조차 참여하지 않은 낮은 투표율이 증거다. 이 때문에 야당이 목을 매고 있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도 힘을 잃을 처지다. 박근혜 팀의 투수들은 마음놓고 승부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
다만 ‘박근혜 팀’에도 약점은 있다. 전문가들의 가장 많은 지적은 감독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 선수의 자율성이 부족하다. 새로운 스타를 키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들은 팬 보다는 감독을 위한 재미없는 경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승부’에서는 이겨도, ‘경기’에서는 질 위험이 크다. 팬들이 외면하는 경기에서 감독과 선수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공격권을 쥔 야당으로써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던 김한길 감독의 민주팀은 화성갑 선거패배로 또다시 지리멸렬이다. 2년째 승리한번 못했다. 오심 의혹만 따지다가, 박근혜 팀의 폭투와 실투, 실책을 점수로 연결짓지 못한 모습이다. 팬들은 오심이 문제있더라도 일단 경기는 해야 하고, 그래서 이기는 것을 원했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거포’이자 동시에 ‘감독지망생’ 문재인 선수는 장외에서 오심 어필에 집중했고, ‘교타자’ 손학규 선수는 출전대신 응원을 택했다. 야수들은 여차하면 ‘벤치 클리어링’이라도 해야 한다며 경기를 원하는 팬심을 외면했다.
민주팀의 부족한 경기력이 드러난 만큼 아예 새 팀을 짜보자는 공감대도 솔솔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구단’이 있다. 그러나 ‘감독 안철수’는 경험이 부족하다. 선수 출신도 아니다. 내년 6월 지방리그에서 참가하겠다고 하는데, ‘안철수 야구’는 아직 실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 민주 팬들이 원하는 것이 ‘새 팀, 새 감독’인지, ‘안철수 감독’인지도 정확치 않다. 여전히 리그의 지배자는 ‘선거의 여왕’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근혜 팀’이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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