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이중통화제도 폐지
쿠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통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페소화의 과잉공급과 재정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994년 전통 쿠바의 페소는 달러와 바꿀 수 없는 불태환페소(CUP)로 지정하고, 달러와 바꿀 수 있는 태환페소(CUC)를 새로 도입했다.
달러와 1대1 환율로 바꿀 수 있는 태환페소는 쿠바 정부가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공산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호텔과 택시, 휴대폰, 클럽, 컴퓨터, DVD 같은 ‘자본주의 상품’은 태환페소로 결제해야 한다.
한달 평균 임금 20달러를 버는 국민들의 월급과 배급은 불태환페소로 지급되고, 생필품 구매에 사용된다.
일반국민들은 태환페소를 만져보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 국영기업 핵심 간부 등 화폐를 소유한 부유층만 고급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쿠바 국민들은 태환페소를 벌기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택시나 숙박, 매춘 등 불법영업을 하러 나섰다.
쿠바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최근 이중통화제도를 19년 만에 전격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일통화의 가치는 시장의 힘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율이 적용된다면 1달러당 13∼14 불태환페소의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쿠바 정부는 이중통화 폐지 발표에 앞서 최근 설탕 등을 수출하는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1달러당 10∼12페소의 환율을 적응하는 실험을 거쳤다.
이에 대해 코트라 쿠바 아바나 무역관은 28일 “각기 다른 통화를 가진 쿠바인들은 서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술렁이고 있다”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중통화제도 폐지가 쿠바 경제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혁시키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일통화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상품가격을 제시해 수출단가를 높이는 등 교역환경을 개선,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에게 모두 유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향후 쿠바가 더 시장친화적이고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리란 견해도 나온다.
다만, 단일통화 도입으로 관련법규와 전산시스템 정비는 물론, 화폐 과다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자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