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인 27일 오랜만에 6살 아들과 경기도 일산을 찾았다. 요즘 대세라는 캠핑까지는 못 해줘도 주말마저 방바닥에 엎드려 있다가는 ‘빵점 아빠’ 소리를 듣겠다 싶어서였다.
행선지는 킨텍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로봇전시회 ‘로보월드 2013’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아들과 함께 찾았던 행사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이 손을 잡아당긴다. 이끌려 가보니 한 중소기업체 부스. 이곳에서 판매하는 장난감 로봇에 시선이 꽂힌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플라스틱에 모터 하나 달아놓은 조악한 수준의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로봇 박람회라는 장소가 주는 후광효과 덕인지 7만원이나 하는 장난감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얇은 지갑 사정상 아들을 거의 반강제로 질질 끌며 다른 부스로 이동했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였다. 관람을 위해 지나다니는 통로마다 2~3개 업체는 모두 이런 조악한 장난감을 ‘과학교구’라며 팔고 있었다.
한 업체는 무선 헬리콥터 완성품을 날리며 어린이 관람객 호객에 열심이었다. 심지어 한 업체는 카드사 영업 아주머니들까지 동원했다. 카드 회원 가입을 하면 5만원짜리 장난감을 준다는 것.
업체들의 이런 행태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국내 로봇업계는 99%가 영세 중소업체들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로보월드에 참여한 업체는 120개다. 지난해 145개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참가한 대부분 중소업체들도 박람회 기간 4일 동안 내는 부스 이용료 180만원을 부담스러워했다 한다. 장난감으로 부스비라도 벌어보려는 심산이 안타깝다.
최근 10년 새 로봇시장은 2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하지만 업체들의 현실은 전혀 동떨어진 듯하다.
이렇게 ‘장난감 업체들’ 사이에서 아들과의 신경전을 벌이던 기자도 결국 3만5000원짜리 장난감 하나로 타협을 봤다. 2시간을 지속하던 냉전은 그렇게 끝났다.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로봇의 모든 것’. 하지만 인상은 그저 넓은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