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동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미국의 재정절벽(대규모 정부지출감소와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한 경기 충격)과 연방정부 폐쇄라는 두 번의 큰 파고를 넘었다. 이 문제들은 고민을 연기함으로써 ‘해결’ 됐다.

왜 미국은 4~5개월마다 이런 문제를 겪어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고통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정부 예산 축소나 부채한도 제한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원치 않는다. 크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더 이상 레버리지(지렛대)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 저성장을 받아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 미국은 시간을 벌기 위해 문제를 더 키우는 쪽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 선택이 과연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이로운 것일까? 냉정한 시각으로 불편한 현실을 바라보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는 결론에 이르며, 이것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미국의 재정 문제는 레버리지가 주도한 점에서 그리스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리스의 문제는 영향 범위가 자국 또는 인접국가에 한정된데 반해, 미국 문제는 그 범위가 전세계이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가치와 전세계 금융시장이 위험 측정에 기준을 삼는 ‘무위험’ 이자율을 통제한다. 미국의 예산 균형에 갑작스러운 조정이 있게 되면 모든 경제와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벌거숭이 임금님’이 우리의 문제가 된 것이다.

미국의 이런 상황을 계기로 지난 5년간 다른 나라들은 신용 파티를 즐겼다.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대형 신흥국가들은 대규모 신용 거품을 갖게 됐다.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중요한 문제다. 1980년 이전 남미, 1990년 이전 일본, 1997년 이전 한국 등 많은 전형적인 신용 사이클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현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현재의 성장을 위해 미래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희생시키고 있으며, 이 모든 사례들은 미래의 성장을 희생시킨 비용이 차입을 통한 현재의 성장이 가져왔던 이익보다 컸음을 보여준다. 고민을 미루면 문제를 더 키우게 되고 회복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미국정부는 신용에 중독된 성장 엔진을 화폐 증발 및 차입 확대를 통해 억지로 끌어 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전세계 경제가 부담하게 될 위험은 점점 커져서 어쩌면 통제 할 수 없을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재무성은 경제성장 예측을 바탕으로 국가 예산을 수립하는데, 지난 5년간 성장 예측은 항상 과도했으며, 예산 수입의 부족분을 차입으로 보충해 왔다. 이제 부채는 한계에 다다랐다. 만일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과거보다 낮아진다면, 현재 일어나는 연간 두 번의 재정 위기는 주기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채 한도 협상의 추가 연기보다 세계 최대 차입국인 미국의 저성장이 전세계 거시경제 질서와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만일 왕이 정말 옷을 걸치고 있지 않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현재 생각하고 있는 위험을 당장 재검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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