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여성 A 씨는 지난 7일 자신의 W은행 계좌를 조회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통장잔액 580여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4000원만 남아 있었던 것. A 씨는 거래내역 조회를 통해 이날 새벽 1시44~55분 사이에 3차례에 걸쳐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H은행 B 씨 계좌로 총 582만5000원이 텔레뱅킹으로 이체된 것을 확인했다.
A 씨는 다음날 오전 9시께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거래은행 지점과 서울 서초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다. 이미 H은행 B 씨 계좌에서는 돈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
W은행 관계자는 “A 씨의 텔레뱅킹 비밀번호와 보안카드가 유출돼 돈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A 씨는 “텔레뱅킹을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아 개인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잊어버린 지 오래됐고, 보안카드는 갖고 다니지 않는다. 또 최근 보이스피싱, 스미싱(smishingㆍ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수법) 등으로 개인정보를 알려준 적도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에 사용된 텔레뱅킹 번호가 ‘국제전화 001’인 것을 확인했으며, 중국 내 금융사기 조직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부주의로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이 유출됐거나 중국 조직이 ‘파밍(pharming)’ 수법으로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밍은 개인용 컴퓨터(PC)를 특정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 금융거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PC 안에 저장된 비밀번호, 보안카드 정보 등을 파밍으로 빼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텔레뱅킹 파밍 수법으로 돈을 빼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려면 보안카드,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PC나 웹사이트에 저장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