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한국사 교과서 8종 수정 · 보완 권고…출판사들 거부땐 수정명령권 발동키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역사 교과서가 수난을 겪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의 수난은 반복된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논쟁’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남북분단과 민주화 등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공존하는 격변기를 명쾌하게 정의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 그동안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돼왔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요구와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왜곡과 부작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진보진영 간 이데올로기 대립의 화살은 고스란히 역사 교과서로 향하고 있다. 2008년 금성출판사 근현대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에 이어, 이번에 교학사 교과서의 ‘우편향’ 논란까지 겹치면서 역사 교과서가 이념 논쟁에 허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역사 교과서가 수술대에 올랐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수정ㆍ보완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수정 권고를 따르지 않는 출판사에 수정명령 등 행정권을 발동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까지 출판사들이 수정ㆍ보완 권고사항을 반영할 것을 통보한 교육부는 이를 어길 경우 수정명령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친일’ ‘부실’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측은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7대 교과서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 권고 방침에 “따르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교과서 핵심 수정사항에 국가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 우편향 교과서 살리기를 위한 조처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편향 논란이 소모적이라며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이 아닌 국정 교과서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교육부 국감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 발상은 시대착오”라는 반론도 거세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의 역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소모적이고 무한 반복적인 보수 대 진보 간 이데올로기 대립이 후대에 치욕으로 남지 않을지 걱정이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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