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한상대 총장 집단항명사태 이후 댓글관련 국정원직원 체포영장 전결처리“ 1년도 안돼 윤석열 팀장 사태 또 파문
“원칙 무너져”vs “검사동일체 원칙이 잘못” 법조계서도 ‘檢 조직문화’싸고 의견 대립
지난해 말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한 집단 항명사태로 조직기강과 지휘체계가 뒤흔들렸던 검찰이 윤석열 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의 항명사태로 다시 한 번 무너질 위기에 빠졌다. 특히 윤 전 팀장이 21일 국정감사에서 외압의혹을 폭로하면서 검찰의 ‘영(令)’이 땅에 떨어진 것 아니냐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11월 한 총장 당시 특수수사의 상징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대한 해체지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집단 항명사태가 벌어진 지 1년 만에 검붕(檢崩)이 우려되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윤 전 팀장이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의 지시를 어겨가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결 처리하고 영장을 집행한 것에 대해 검찰의 ‘영(令)’이 무너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검찰조직 전체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를 가지고 검찰 사무를 집행한다’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는 것. 윤 전 팀장은 지난해 11월 한 전 총장이 물러날 때도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 대검에 전달하는 등 항명에 앞장선 바 있다.
이 같은 사태에 검찰 출신 인사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는 어떤 경우에도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그것만이 진리가 아니다. 검찰권이라는 권한이 통제되지 않은 채 행사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상사의 합법적인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아무리 진실규명이 중요하다고 해도 잘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조 검사장의 승인 없이 윤 전 팀장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ㆍ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강행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총장은 “검찰은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이다.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되 안되면 검사장을 따르도록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콩가루 집안이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이 항상 정치적 수사에 이용돼 왔으며, 지난 2004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완화된 만큼 지휘감독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시각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검찰을 행정관료조직으로 얽어매는 검사동일체원칙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 형사사건의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 형집행 등의 검사 고유의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상명하복관계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검사를 단독관청으로 인정한 규정과 모순되어 검사의 고유한 업무의 처리가 상관의 의사에 종속될 염려가 있게 된다”고 지적하고 “검사 개개인이 독립된 하나의 관청이라는 점과 검찰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하고 검찰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지시나 종속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검사동일체문화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윤 지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서 검찰과 법무부가 ‘동일체원칙’이라는 미명하에 윤 지청장을 배제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정원의 트위터를 통한 선거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수사팀장을 교체한 것은 명백한 수사방해 행위”라며 “검찰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외압에 맞서 싸워야 ‘정치 검찰’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