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서 두얼굴의 아버지 열연 김갑수
영화 내내 살해범 결백 호소 손예진과 연기호흡 매우 잘맞아 인간적인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
김갑수(56)가 웃었다. 한없이 다정했던 아버지, 소를 닮은 착한 눈빛에 걸린 웃음이 왠지 서늘하다.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을 말하라면, 감히 이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공소시효를 며칠 안 남긴 15년 전 아동 납치 살해사건. 미제사건을 극화한 영화를 본 딸(손예진 분)이 작품 속에 삽입된 당시 범인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무한한 사랑을 나눠주던 아빠가 아동 살해범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의심은 파문처럼 걷잡을 수 없고 마침내 딸과 아버지의 심장을 움켜쥔다. 잔인하기조차 한 의심으로 가득한 딸의 눈빛을 묵묵히 받아내던 아버지가 결국은 웃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웃음일까, 살인자의 웃음일까. 배우 김갑수의 얼굴 안에서 명암과 희비극이 교차한다. 영화를 제작한 박진표 감독(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은 “손예진이 짐승 같은 본능의 배우라면, 김갑수는 허허실실하다가 카메라가 돌면 사냥꾼으로 돌변하는 배우”라고 했다. ‘원샷 원킬의 사냥꾼’ 말이다.
“영화 내내 자신을 의심하는 딸에게 결백을 호소하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태도로만 임하면 관객이 재미없죠. 딸의 의심이 맞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순간순간 드러내야 했죠.”
김갑수는 예의 낮지만 결기 어린 목소리로 “ (손)예진이와 정말 호흡을 잘 맞췄다”며 “ ‘공범’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만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을 두고 펼쳐지는 두 배우의 호흡과 감정의 너울이 작품의 빈틈을 채우고도 남는다.
“근래의 영화를 보면 자극과 액션이 강한 작품이 많죠. 저는 더 인간적인 감성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제 나이가 있으니까, 들어오는 역할이 조폭 보스나 재벌 회장, 막후의 실력자 같은 게 많았어요. 썩 내키지 않았죠. 그러던 차에 ‘공범’ 시나리오를 만난 겁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22 배우 김갑수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22 영화 ‘공범’에서 딸에게 살해범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는 아버지로 출연한 김갑수. “배우는 연기할 때 빛나야 한다”는 스승의 말을 새기고 있다는 그는, 작품 바깥에선 유쾌한 대화와 사람 좋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3년 만의 영화 출연.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랜만의 영화로 만난 김갑수는 사람 좋은 웃음과 유쾌한 농담, 그리고 감각적인 패션이 여전했다. 십수년 전 드라마 ‘태조왕건’으로 유명세를 떨칠 무렵, 동명이인인 시인 김갑수가 지칭한 ‘된장찌개 냄새와 머슴 이미지가 폴폴 풍기는 배우’는 자취가 없고, 삼청동의 가을, 그리고 그 속의 젊은이들과 썩 잘 어울리는 ‘세련된 감각의 젊은 형님’이 앉아 있었다.
“난 아직도 애죠. 고등학생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도 세상이 참 신기하고 궁금하니까요. 학교만 벗어나면 술도 마셔보고, 수염도 길러보고, 옷도 마음대로 입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뭔가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등학생의 마음이죠.”
1977년 연극 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연기를 시작해 벌써 36년이다. 무대와 TV, 스크린에서 오롯이 깁갑수만의 성을 지어올렸고, 몇년 전부터는 TV 예능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목소리, 그리고 인터넷, SNS를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중년의 ‘아이콘’이 돼왔다.
3년 전 출연한 ‘무릎팍도사’에서 에미넴과 50센트를 좋아한다고 해 화제가 됐는데, 요새는 한국의 언더 힙합 신에 대해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단다. 과연 김갑수, 숙성할수록 젊어지는 ‘멋을 아는’ 배우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