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30년 明暗…시리즈를 시작하며…

수익성에 가산점 주는 방식 공공성과 충돌 모순 야기

일부기관 방만경영 등 여전 공공·효율성감안 경평 개선시급

“금융기관은 경기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징이 (정부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에너지는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단기 손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매년 직원들 성과급 수준과 직결되는 경영평가(경평)를 받는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이다.

1983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공기관 경평제도가 올해 30년을 맞았다. 그동안 수차례 제ㆍ개정이 이뤄지다가,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평가제도가 통합되면서 현재의 틀이 만들어졌다. 비싼 세금으로 설립ㆍ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정부를 대신해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경평이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구축과 경영성과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론과 더불어 획일적인 평가 잣대에 대한 불만과 외부 변수에 휘둘린다는 의문이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공공성과 효율성 강화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현재의 경평제도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헤럴드경제가 14일 지난해 기관평가를 받은 11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평제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관의 47.1%(32개)는 경평이 기관의 업무 특성이나 설립 목적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이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제대로 평가한다’는 4곳 중 1곳(25.0%)에 그쳤다.

특히 수익성 위주의 공기업과 공공성을 중심으로 하는 준정부기관 간 차이가 컸다. 같은 질문에 공기업 23곳 중 5곳이, 준정부기관 45곳 중 27곳이 각각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공기업 평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준정부기관에 불만이 생긴다”면서 “현 경평제도는 수익성과 공공성이 충돌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이나 기준ㆍ항목 등이 적절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0곳 중 16곳(22.9%)만 ‘적절’하다고 했다. ‘부적절’ 응답은 37.1%(26곳)에 달했다. 업무 특성 반영 여부에 대한 응답과 궤를 같이한다.

공공기관들은 외부 변수에 민감했다. ‘정권 핵심인물 기관장이 올 경우 경평결과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물음에 ‘그렇다(29곳)는 응답이 ‘아니다’(15곳)라는 답변의 배나 됐다. ‘정권 교체기, 기관장의 거취를 좌우한다’는 응답은 절반인 35곳에 달했다. 경평이 정치적 변수에 휘둘린다는 의미로 읽힌다.

조사대상 기관들은 경영평가단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70곳 중 ‘전문성 없다’가 29곳으로, ‘전문성 있다’(21곳)를 크게 앞질렀다.

헤럴드경제는 ‘공공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현행 경평제도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30년의 명암(明暗)과 개선방안’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