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랑스럽다'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해 남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했던 이는 최근 종영한 MBC '투윅스'에서 아픈 딸을 홀로 키우는 미혼모 서인혜 역으로 분해 배우로서의 도전에 꾀했다.
일각에서는 작품이 방영되기도 전에 20대 중반의 여배우가 맡은 미혼모 역할에 대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이에서 끓어오르는 모성애를 그려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주인공은 '투윅스'를 통해 20대 여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배우 박하선이다.
최근 본지는 '투윅스' 종영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하선과 만나 작품을 비롯한 그의 연기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안방극장에서 벗어난 박하선은 20대 또래처럼 밝고 건강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투윅스'를 종영 후, 서인혜를 잘 떠나보냈는지 물었다.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아요. 집에서 아파서 혼자 끙끙대요. 태산, 인혜, 수진이는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은데 제가 왜 아파하고 잇는지 모르겠어요."
'투윅스'는 소현경 작가의 탄탄한 필력, 손형석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 여기에 박하선을 비롯해 이준기, 류수영, 조민기, 김소연, 김혜옥 등 신구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경쟁작에 비해 조금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배우 입장에서 시청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희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했기 때문에 정말 거짓말 안하고 뿌듯해요. 끝나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모두들 호평을 해주셨고요. 저는 시청률이든, 연기력이든, 화제성이든 하나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셨고 현장에서도 즐겁게 연기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투윅스'로 서인혜로 사는 줄곧 정말 행복했어요."
박하선은 '투윅스'에 출연하게 이유로 "20대 여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극, 시트콤, 정극, 영화까지 모두 국한되지 않은 캐릭터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정극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하이킥'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박하선을 지우고 인혜로만 보일 수 있게 노력한 부분이 있어요. 혼자 있을 때도 승우에게 고마운 것이 뭔지 생각하고 태산이와 함께한 일들을 떠올리고 또 수진이가 보고싶으면 수진이를 보고, 작품 안에 빠져서 오로지 태산, 수진, 승우만 생각했어요."
"또 제가 소현경 작가님의 팬이예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쉽게 읽히더라고요. 1부 보자마자 '이건 해야돼'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님 뵙고 들이댔죠.하하. 작가님께는 '작가님 뵙는게 소원이었는데 그것을 이뤘으니 힐링하고 돌아간다. 제가 캐스팅되면 좋은거고 아니면 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왔어요. 그 동안 연기 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미팅을 했죠. 며칠 후에 연락이 오더라고요. 사실 인혜로 살면 우울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어느새 제가 촬영하면서 웃고있더라고요."
박하선은 극중 아역배우 이채미와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다. 어린아이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테지만 화면 속 서인혜와 수진이는 시청자들에게 어느 커플보다도 진한 케미를 선사했다.
"아이랑 친해지려면 아이 눈 높이에서 놀아줘야하는 것 같아요. 먹고 싶은거 있으면 사주고, 예뻐해주고, 관심 가져주고요. 채미가 낯을 가려서 물어봐도 웃기만하고 대답을 안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눈 마주치면서 대답할 때까지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열고 잘 따르더라고요. 헤어질 때는 정말 울컥했어요. 애 앞이라 안울었지만 힘들었어요."
박하선은 전작 '챔프'에서도 정답소녀 김수정과 함께 연기했다 그는 어린아이와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다고 털어놨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순진해질 순 없지만 순수할 순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면 제가 배우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문득 깨달을 때가 많아요. 그런 면에서 아이와의 만남은 저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눈이 빛나야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자꾸 잊어요. 또 어린아이들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채미 연기보면서 혼자 찔려하고 반성도 했어요.(웃음)"
박하선은 '투윅스'에서 이준기, 류수영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켜주는 남자와 지켜주고 싶은 남자와 함께한 느낌은 어땠을까.
"두 분 다 긍정적이세요. (류)수영 오빠는 '이쁜아' 이렇게 불러주시면서 장난치고 늘 웃으세요. 힘들어도 웃으세요. 오빠는 아는 것도 많고 아는 것이 많아 어른스러운 느낌을 받았어요. 수영오빠랑은 안맞춰봐도 호흡이 좋았어요. (이)준기오빠와는 마주치는 씬이 많지 않았어요. 과거회상 장면을 촬영할 때는 혼자 들이되면 되는데(웃음). 또 준기 오빠는 혼자 장난 치는 걸 좋아하세요. 그 분은 스태프들에게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많이 배웠어요. 수영 오빠보다는 조금 더 영한 느낌이 있죠.(웃음)"
박하선에게 실제 서인혜의 상황에 처한다면 장태산과 임승우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 물었더니 "태산은 나 없으면 안되는 남자지만 승우는 어디가서든 사랑받고 잘 해낼 사람이기 때문에 태산의 옆에 있을 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년 중 반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인생을 살아가는 배우.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장점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하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하선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우로서의 삶에 더욱 정진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연기를 하고 나면 제가 없는 느낌이었어요. 나를 기껏 찾아놨는데 또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난 누구, 여기 어디, 난 왜 살지'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어했어요. 그러던 중 하지원 선배님의 인터뷰의 한 구절을 보게 됐어요. '연기 속 그 삶도 내 삶의 일부'라는 말이었죠. 정말 와닿았어요. 그 후로 배우로 살 때와 박하선으로 살 때를 분리해요. 작품 끝나고 '아프지 말고 잘 극복하자' 스스로 토닥이면서요. 이제 힘들어하지 않으려고요."
박하선은 현재 연극단 선후배들과 만남을 가지며 차기작을 고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제가 똑같은걸 별로 안좋아해요. 그래서 다음 작품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제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20대 제 모습이 잘 반영될 수 있는 당당한 신 여성 역할도 해보고 싶고 트렌디한 사극도 도전해보고싶어요. 남장여장도 데뷔 전부터 꿈꿔왔었고요. 저 진짜 잘할 수 있거든요. 반삭할 용기도 있답니다."
"또 홍상수,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에도 참여해보고싶어요. 이준익 감독님은 저를 볼 때마다 헷갈려하세요. 저 영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이준익 감독님의 사극에는 애틋함이 있어요. 그런 애틋한 사극멜로를 한 번 꼭 해보고 싶어요. 홍상수 감독님이 연출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도요. 돈 안주셔도 상관없어요."
마지막으로 박하선은 '투윅스'를 통해 얻은 것들을 풀어놨다. 인터뷰가 시작할 때보다 한층 더 편안한 모습이었다.
"'투윅스'를 통해 일 욕심과 열정이 생겼어요. 사실 '하이킥'하고 많은 주목을 받아 부담스럽고 지쳐있었는데 그 공허함을 '투윅스'로 채웠어요. 이제 '투윅스'의 공허함을 다른 작품으로 채워야죠.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묵묵히 저의 길을 걸어나갈테니 지켜봐주세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시고요.하하"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