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연기금이 상반기부터 지속해 온 삼성전자 ‘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대형 종목에 대한 매수를 늘리고,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도 확대하는 등 기금운용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1124억원 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올해 2월부터 7개월 동안 이어온 ‘삼성전자 순매수’ 행진도 중단됐다. 7개월 동안 연기금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삼성전자 주식을 1조6000억원 가량 사들인 바 있다. 2위인 기아차의 경우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가 3746억원으로 1위와 4.5배 가량 차이가 났다.
하지만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시작된 이후 연기금의 장바구니 목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9월 들어 연기금은 건설ㆍ조선ㆍ금융 등 업종별 주요 종목들을 골고루 매수하고 나섰다. 이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그동안 강세를 보인 대형주들은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중대형 종목 중심으로 연기금의 매수세가 확산되는 양상”이라면서 “연기금들이 좀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변화된 종목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지분을 이미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저금리ㆍ저성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수익률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주식이나 채권보다는 해외와 대체투자에 대한 비중을 늘려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부문을 중점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6월말 기준 8~9%대인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의 비중을 오는 2014년 말까지는 각각 10.5%, 11.3%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학연금도 해외투자 비중을 2017년까지 현재(6%)보다 2배 이상 높은 16%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해외투자팀’도 발족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면서 “업계와 감독 당국 등 전문성과 인프라 확충 노력, 리스크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