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 노벨문학상 앨리스 먼로…그녀의 작품세계는
세계 단편 문학의 거장 고향 시골 배경 평범한 여성 주인공 일상속 ‘삶의 비의’ 다양하게 변주 장편소설 압축시킨듯 ‘서사의 힘’ 강해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다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 없다.”(앨리스 먼로의 단편 ‘작업실’)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여자들의 얘기를 줄기차게 써온 단편소설의 거장 앨리스 먼로(82)에게 돌아갔다. 먼로는 밋밋한 일상속에서 삶의 비의를 발견했고, 이를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해 써왔다.
먼로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잠을 자다 딸을 통해 소식을 처음 들은 뒤 “이 상이 수많은 캐나다인을 기쁘게 할 것을 생각하니 특히 기쁘다”고 말했다.
첫 캐나다 노벨문학상 작가가 된 먼로의 수상은 여성 작가로는 노벨문학상 사상 열세 번째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시골마을 윙엄 출신의 먼로는 웨스턴오하이오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시절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그닥 주목받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15년간 쓴 단편을 모아 작품집을 출간하려 했지만 여러 해 동안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비로소 1968년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나오자 평단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단편집은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총독문학상을 받으며 세계 단편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먼로는 이후 ‘소녀와 여성의 삶’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영어권을 대표하는 단편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먼로의 작품세계는 두 요소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자신이 나고 자란 캐나라 온타리오주 작은 마을이다. 그는 작은 공동체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시시콜콜한 일상의 부딪힘과 긴장, 갈등, 충돌하는 욕망과 야심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그의 소설을 이루는 다른 요소는 평범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다. 이들은 외부세계와 변화에 주저하고 두려워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부장적 남편에 꼼짝 못하고 폭력을 견디고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들이다.
그런 일상의 반복은 일견 잔잔해 보이지만 돌멩이 하나가 던져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글을 쓸 자신의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작업 실’), 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는 용기를 내는가 하면(‘떠남’), 무심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지쳐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일본에 닿기를’).
작가는 작은 사건을 통해 내면에 어떤 소용돌이가 번져가는지 면밀히 관찰한다.
먼로는 평생 단편만을 썼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을 비롯한 열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으며, 다수의 작품이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뿔), ‘떠남’(따뜻한손),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뿔) 등이 나와 있으며 조만간 먼로의 최신작이자 그 작가인생의 마지막 작품인 ‘디어라이프’(문학동네)가 나올 예정이다.
‘디어라이프’는 언니의 익사사고 이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 ‘기차’ 등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먼로의 고향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편은 장편소설 한 편을 압축시켜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서사의 힘이 강하다. 먼로는 우연한 상황, 선택하지 않은 행동 혹은 운명의 뒤틀림에 의해 한 인간이 완전히 변화하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함으로써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기이하고 위태로우며, 또 결코 평범하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이 단편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 네 편, ‘눈’ ‘밤’ ‘목소리들’ ‘디어라이프’가 실려 있다.
단편소설의 미학은 삶의 한 조각을 통해 인생의 비의를 찰나처럼 드러내는 데 있다. 먼로는 이를 가장 잘 구현했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늘 한켠에 마련해뒀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