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다. 청소년드라마 ‘공룡선생(1994)’에 출연한 성숙한 여중생은 어느새 ‘데뷔 20년’을 적어두는 배우가 됐다. 라이징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지나니 공백기도 길었다. 김소연이라는 배우의 ‘존재’는 엉뚱하게도 부산국제영화제 시상식을 통해 재확인됐다. 파격적인 노출이 불러온 엇갈린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패셔니스타상(2013 부산국제영화제)을 도맡는 여배우다. ‘아이리스(2009)’를 통해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도 안았고, 드라마를 마친 그 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인기상도 받았다. 시간은 부족하고 “상은 너무 오랜만에 받아” 할 말이 많았는지 눈물을 글썽인채 속사포 랩을 방불케한 수상소감은 내내 화제였다. 도도했던 김소연의 순수함은 그를 ‘검사 프린세스(2010)’로 이끌며 소현경 작가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소 작가의 ‘투윅스(MBC)’는 그의 필모그라피에 아주 특별한 이름으로 남게 됐다.
대표작이 아니라도 작품은 숱하고, 열넷에 데뷔해 어느새 서른셋이 됐지만 김소연에게 ‘20년’이라는 숫자는 고민이고 숙제였다.
“제게 걸맞는 숫자는 아닌 것 같아요. 20년…20년은 너무 쑥스러워요. 전 여전히 떨리고, 긴장되고, 어설퍼요.”
‘미친 존재감’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사가 따라다녀도 김소연은 여전히 “연기는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매작품마다 끝 모를 고민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현경 작가와 다시 만난 ‘투윅스’는 ‘몸고생 맘고생’ 드라마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단벌에 운동화만 신고 뛰고 또 뛰었다. 살인적인 더위와도 싸웠다. ‘아이리스’와의 비슷한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목소리ㆍ액션ㆍ의상ㆍ헤어까지 손보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다 인간적인 박재경, “인간 김소연 같은 살아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 주먹 쥐는 것부터 다시 배웠고, ‘쉬리’ 속 한석규의 뛰는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봤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가지는 일이었다.
“드라마 초반엔 제가 하는 연기가 맞을 거라고 늘 최면을 걸었어요. 재경의 감정들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때, 진폭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끝없는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그 부분을 조율해야 하는 데에 있어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쉬움도 컸고 욕심도 많았다. 재경의 감정을 더 생생히 전달하고픈 마음에 심지어 아역의 연기마저도 자신이 하겠다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그 연기를 본 뒤 “너무 잘해 내가 한다고 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고 얼굴을 붉히며 웃지만, 그만큼 각오가 남달랐던 작품이 ‘투윅스’였다. 소현경 작가와의 두 번째 인연에 “믿어주는 사람한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이다.
“치기어린 마음과 자존심”에 한 때는 원톱 작품이 아니라면 사양하던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내가 나를 더 부족하게 여기는 시기”를 지나 ‘투윅스’를 만난 김소연은 과거의 벽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제 연기활동의 전후가 될 것 같아요. ‘아이리스’는 연기자 김소연을 대중에게 보여준 작품이라면 ‘투윅스’는 인간 김소연을 깨우치게 해준 작품이에요.”
지금도 김소연은 배우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찾아오는 연기 사춘기를 이겨내고 있는 과정이지만, “진짜가 아닌 소름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가짜를 하지만, 늘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길 소망한다.
“기대감 없이 봐달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고 슬픈 말인 것 같아요. 거창하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도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고요. 20년이라는 숫자로 저를 봐주셨던 것처럼,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앞으로 20년도 계속 연기할 거니까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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