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영화만 아니었다면 이 좋은 가을날, 지금도 소와 함께 편하게 들판을 거닐고 일하고 계시지 않을까 당치 않은 생각까지 듭니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시던 분의 삶에 제가 들어갔고, 영화로 그 분을 세상에 알렸고, 좋든 나쁘든 할아버님의 삶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타깝고 애통하고 죄스럽습니다.”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은 최원균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에 무겁고 착잡한 목소리로 애도의 정을 표했다. 평범한 시골 농부였던 고인이 영화로 세상에 알려진 후 본의아니게 불편함을 겪어야 했던 사정 때문에 이 감독은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죄스러움을 평생 지고 가겠다”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신 만큼 이제는 이제는 부디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으로 전 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최원균 씨는 1일 오후 4시 15분 경북 봉화해성병원에서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그동안 거동에 큰 불편함 없이 생활했으나 지난해 11월말 부터 통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결과 폐암말기로 진단받았다. 이후 10여개월 동안 암투병 끝에 결국 최근 병세가 악화돼 결국 이날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진단을 받기 전까지도 논과 밭을 다니는 등 일손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평범한 농부로 살아왔던 고인은 지난 2009년 1월 개봉한 ‘워낭소리’를 통해 얼굴과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워낭소리’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촌로와 수십년간 피붙이처럼 지낸 소의 기막힌 인연과 이별을 그린 독립 다큐멘터리였다. 쇠락한 고향의 산하와 아버지의 삶, 노동에 바친 육신과 그 육신을 떠받쳐온 짐승, 묵묵한 남편과 이를 운명처럼 감내한 부인 등 잃어버린 감성과 풍경을 담아낸 영화는 전국적인 눈물 바람을 일으키며 300만명을 동원했다. 영화가 워낙 큰 인기를 누렸던 탓에 생활 터전이 관광지가 되고, 가족들의 신변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고인은 영화로 인한 곤욕도 치러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