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구(球) 형상의 동그란 대리석들이 겹겹이 쌓아올려졌다. 리드미컬한 형체의 반복이 경쾌한 음악을 듣는 듯하다. 푸른색과 흰색의 대비는 경쾌함을 더해준다. 하늘로 향한 조각의 두줄기 선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강함과 부드러움, 곡선과 직선, 덩어리와 여백이 공존하는 이 조각은 이탈리아에서 20년째 활동 중인 조각가 박은선(48)의 작품이다. 박은선은 이탈리아 까라라지역에서 나는 대리석으로 원기둥, 원구 등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해 축적하며 조각을 만든다. 자연의 생명력을 구현한 그의 작품은 ‘동양적 추상조각’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커다란 붓으로 한지에 사군자를 치듯, 입체적 공간에 선과 여백을 살리며 작업하기 때문이다.
박은선은 두가지 대비되는 색의 대리석을 넓은 판처럼 만들어 일일이 이어붙인 뒤, 작품마다 갈라진 틈을 꼭 만든다. 이는 꽉 막힌 대리석 사이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올들어 룩셈부르크 에스페랑주 시(市) 공원 초대전과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의 노바라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박은선은 내년에는 독일에서 작품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의 조각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7일 열리는 KIAF의 선화랑(대표 원혜경)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선화랑은 이번 KIAF에 박은선 조각의 외에, 김명식 김재학 정일 최동열 작가의 회화도 선보인다.
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