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계에는 지금 돈이 넘쳐나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영화산업에 한국영화 시장이나 공동제작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
중국영화계의 거물이 한국영화에 ‘돌직구’를 던졌다. 제 38회 세계영상위원회 총회 참석차 충북 제천을 방문한 중국 보나필름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리 찬 이사는 지난 30일 행사 장소인 청풍리조트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국가간 공동제작은 두 나라의 영화시장이 같은 레벨(수준)일 때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중국은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며 “중국과 한국은 이미 시장 규모에서 불균형하기 때문에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뤄서는 한 작품이 양국에서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제프리 찬 이사는 “중국에는 이미 돈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 시장에 찔끔찔끔 투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중국에서 필요한 것은 우수한 영화 인력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감독이나 제작사가 중국에 와서 중국 관객을 대상으로 한 중국영화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중국으로 들어와 중국영화를 만들라는 말이다.
세계 경제와 영화계에서 중국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 한국영화계도 앞다퉈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영화인 사이의 ‘체감온도’의 차를 극명하게 보여준 발언이었다. 매해 40% 이상씩 성장을 하면서 지난해 미국에 이어 넘버2의 시장으로 큰 중국영화의 기세등등한 성장세를 반영하듯 제프리 찬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영화계가 중국 시장에 대한 어설픈 환상을 가져선 안된다는 뉘앙스가 짙었다.
제프리 찬은 “중국에서 한국영화는 향후 몇 년간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며 “할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립영화, 세계 각지의 외화가 중국에서 매년 수십편이 상영되고 있다, 중국 관객이 외화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한국영화는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나필름은 중국 최대의 민영영화사로 국영영화사인 베이징 필름과 함께 중국 영화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제프리 찬은 영화 배급 및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20년간 일해왔으며 보나필름 합류 1년만인 지난 2009년 COO가 된 거물이다.
세계영상위원회(AFCI)는 세계 각 지역의 영화, TV, 비디오 등 영상사업을 지원하는 시와 지방, 국가 영상위원회가 모여 설립한 협회로 300개 단체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1975년부터 매년 영화 및 영상산업의 최신 이슈를 논의하는 총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유치, 제천에서 지난 30일 개막했으며 오는 2일까지 계속된다. 올해 주제는 ‘동서양의 만남’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영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은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 영화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최근 사상 최고의 부흥기를 맞은 한국영화와 폭발적인 성장세의 중국영화의 근황을 자세한 수치를 들며 강조했다. 이 감독은 “중국영화산업의 성장은 더 괄목할만하다,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의 시장규모를 갖추게 됐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5년안에 미국 시장을 추월한다는 데 나도 돈을 걸겠다”며 “과거 미국 영화 시장이라는 단 하나의 지배자가 있었다면, 이제 지구상에는 두 개의 거대 시장이 상호경쟁을 하면서 지각변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