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위기의 자본시장’이란 말은 거의 관용어가 되고 있다. 점포를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올겨울 증권가는 혹독한 추위가 진즉에 예고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내놓은 ‘금융비전’에는 고사위기에 몰린 증권업을 살려보려는 정부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다. 60개가 넘는 증권사가 거래수수료에 의존하는 병폐를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현행 NCR(영업용 순자본비율) 규제를 연결회계기준으로 완화하고 인수ㆍ합병(M&A)에 나선 증권사는 사모펀드 운용업을 우선 허가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여의도 반응은 냉담하다. 금융위는 증권사 인수 시 인수비용이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되는 현 NCR 제도를, 회사 리스크에 따라 차별적으로 총 위험액에 반영하는 연결회계기준 NCR로 보완키로 했다. 그러나 업계가 애초 NCR제도 완화를 요구했던 것은 기업 신용 공여를 활발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NCR 규제 완화를 요구한 핵심은 기업 신용 공여를 활발히 하기 위해 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낮춰 달라는 것이었는데 기대와 다르다”면서 “자회사가 적은 중소형사는 완화 효과도 적을뿐더러 규제 완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것도 아쉽다”고 전했다. M&A에 나선 증권사에 사모펀드 운용업을 우선 허가키로 한 것도 이미 운용업을 하고 있는 지주사들에는 사실상 큰 인센티브가 아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당장 실효성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세부 대책이 어느 수준으로 구체화될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금융투자업계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시간 제약을 두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금융비전’을 발표하면서 신 위원장이 “모두 68차례 간담회를 거쳐 정부 주도가 아닌 금융권 스스로 만든 비전”이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현장 행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전은 수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제 효과다. 이번 금융비전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재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성연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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