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능선 너머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맞으러 시골 사람들이 모처럼 산책에 나섰다. 개와 함께 오솔길을 걷는 남자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이 맑고 차분한 풍경화는 ‘귀농 화가’ 임동식(68)의 그림이다.
임동식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나 한동안 설치미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향이 간절히 그리워져 20년 전 공주 원골마을로 들어왔다. 농사를 지으며 살려 했는데 주위 권유로 다시 화폭 앞에 선 그는 가는 붓에 유화 물감을 찍어 수채화처럼 말간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에 섬세하게 찍어나간 물감 입자에선 자연을 향한 작가의 경외심이 느껴진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