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선보인 5집 ‘고독의 의미’ 트렌드·실험, 아날로그·디지털 모두 시도 데뷔이래 음악인생 자체가 ‘실험의 연속’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음악이 새로운지, 편한지, 스스로 묻고 언제나 대중과의 소통 중시하기 때문…
싱어송라이터 이적(39)이 발표한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우리 나이로 40세에 접어든 이적이 멜로디가 풍성한 신곡을 10개나 직접 만들어 담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랍다. 수록곡들은 ‘달팽이’ ‘왼손잡이’ ‘다행이다’ ‘하늘을 달리다’와는 다른 느낌의 곡들이 많다.
록의 무게감,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가 주는 서정성, 40대에 접어들면서 생긴 연륜(인생, 고독 등) 등이 고루 섞여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도 이적이라는 이름 안에 녹여낸다. 이적은 최근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5집은 극과 극, 트렌드와 실험,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을 오가는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음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번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묵직하게 깔리는 피아노 사이로 이적의 목소리가 쓸쓸하게 흐르며 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버려진 이의 상실감과 자책, 원망을 담은 가사를 쓰며 이적은 놀이공원에서 버려진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한다. 비틀스의 오마주인 ‘이십년이 지난 뒤’는 복고적 사운드로 약간 서글픈 느낌이 난다.
이적이 가장 좋아하는 사랑영화라는 ‘비포 선라이즈’ 역시 복고 사운드다. 정인과의 듀엣으로 서로를 못내 그리워하지만 함께할 수 없음을 애타게 노래한다. 이적은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직장동료 남녀가 부르다가는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했다. 메릴린 먼로를 너무 좋아해 제목으로 붙인 ‘뜨거운 것이 좋아’는 더운 여름을 정면 돌파하자는 경쾌하고 청량한, 록페스티벌을 겨냥한 넘버다. 그런가 하면 어둡고 장중한 ‘뭐가 보여’와 초기 패닉 시절을 연상시키는, 실험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한 ‘병’ 등 다양한 음악이 실려 있다. 그러다 마지막에 실린 ‘고독의 의미’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고독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적이 3년 만에 선보인 5집이 기존의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두루 섞인 실험을 했다고 했지만 이적의 음악 인생 자체가 실험이다. 랩을 하는 김진표와의 ‘패닉’이나 음악적 성향이 전혀 다른 김동률과의 ‘카니발’, 6인조 펑크밴드 ‘긱스’에 함께한 자체가 이종교배의 실험이자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솔로로 나섰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음악동료와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음반도 긱스 멤버였던 정재일 등이 도왔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음악을 만든 것,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함께 ‘처진 달팽이’ 팀으로 ‘압구정 날라리’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적이 실험성과 유연성을 함께 갖춘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이적은 초기에도 노랫말이 사랑타령이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촉’을 생각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폼만 나서도 안 되고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산티 나도 안 된다. 설득력 있게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적은 데뷔 때부터 자신의 노래가 트렌디한 음악은 아니었다고 했다. ‘달팽이’와 ‘왼손잡이’도 발표 후 1년이 넘어서야 히트했다. 한 번도 발표 당시 뜬 음악이 없다고 했다. 이적은 “한 번도 빵 뜬 적이 없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으로는 김동률한테 안 되고, 웃기는 거로는 유희열과 존박에게 안 된다”면서 “패닉 때도 60만장이 나갔는데도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래서 소모되지 않았다. 내가 오래 할 수 있게 된 이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적이 정말 오래 작곡과 가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안주하지 않고 정체되지 않기 위해 파격과 실험을 하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통기타와 피아노로 살아있는 멜로디를 뽑아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한다. 새롭지만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편한 음악인지, 어려운 음악인지, 고압적 자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적 김동률 유희열 정재형 하면 공통되는 단어가 고급스러움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음악하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적은 결코 폼 잡지 않는다. 한때는 그런 게 콘셉트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적은 삶의 방식이 음악에 정직하게 묻어나오는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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