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장기침체에 빠진 증권업계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애널리스트 감축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리서치센터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리서치 업무를 아예 접는 곳도 나타나면서 불황이 끝난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하는 ‘증권사별 애널리스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총 63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숫자는 총 1340명으로 연초(1월 2일) 1453명 대비 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 1일 애널리스트 등록인원이 1458명으로 연초보다 소폭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여 만에 100명 이상의 리서치 인력이 일자리를 떠난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포함해 거의 모든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 숫자가 감소했다. 올해 초 90명이 넘는 리서치 인력을 보유했던 증권사는 총 2곳(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이었지만 현재는 단 한 곳도 없다. 삼성증권은 93명에 달했던 애널리스트가 72명으로 급감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중형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TB투자증권이 10명 줄어들었고 SK증권(9명), 동부증권(8명), 대신증권(5명) 등의 감축폭이 컸다. ‘동양사태’를 겪고 있는 동양증권은 5명이 줄었고 토러스증권의 경우 24명에서 8명으로 무려 16명이 줄었다. 반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 곳은 68명에서 75명으로 7명이 늘어난 신한금융투자가 거의 유일하다.

소형사들은 리서치센터의 명맥조차 유지하기 힘든 곳이 속출하고 있다. 10명 이하로 리서치센터를 구성하고 있는 증권사는 올해 초 20곳에서 현재 24곳으로 늘어났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3명에서 1명으로 리서치 인력이 줄었고 유화증권은 3명에서 2명으로, 애플투자증권은 2명에서 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애널리스트가 0명인 증권사도 5곳에 달한다.

애널리스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며 억대 연봉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 극심한 불황이 몰아치면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재계약에 실패한 애널리스트들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임원은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이 6개월 이상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테일 중심에서 소수 인력 구조로 바뀌다보니 인원 감축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리서치센터가 제 구실을 못하는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악순환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불황에 생존을 위해 리서치센터 기능을 축소하고 있는데 사실상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고육지책으로 당장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업황이 호전될 경우 리서치센터 부재로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