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채로운 연기력으로 다른 여배우들과 차별화를 둔 배우 김효진이 로맨틱 코미디 ‘결혼전야’(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로 돌아왔다. 유지태와 결혼 전,후에도 한결같은 김효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또 한번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발산했다.
김효진은 ‘결혼전야’에서 비뇨기과 의사 주영으로 분했다. 의사인만큼, 아무렇지 않게 남성의 주요부위를 치료하고 다소 야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김효진의 연기가 가히 흥미롭다. 김강우(태규 역)와 티격태격한 러브 라인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극장가에서 보기 힘든 밝은 영화다. 김효진은 “내가 나온 영화인데도 그냥 웃으면서 봤다.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 밝고 재밌었다”며 “찍을 때는 내가 찍은 장면밖에 못 봤는데 극장에서 보니 너무 재밌더라. 시나리오 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유지태와의 결혼생활이 연기를 할 때 묻어나왔냐는 짖궂은 질문에 김효진은 “그렇지는 않다”며 웃어 보였다. 결혼 전 혼란을 느끼는 주영의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면서도 결혼생활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 결혼생활이 연기할 때 묻어나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아마 제가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주영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태규가 멋진 상황에 처한 남자도 아니고, 연애 기간도 길었고요. 게다가 주영이한테 막 대하잖아요. 결혼 전이라면 정말 최악의 남자였겠지만, 결혼 후 보니 주영의 입장이 이해돼더라고요.(웃음)”
주영은 속으로 화를 꾹 참는 성격이다. 태규의 찌질한 모습까지 다 받아주는, 쿨하고 성숙한 신여성이다. 태규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봐, 그 일로 마음이 상할까봐 아픈 과거까지 숨기는 인물이다. 김효진은 “연기하면서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홍지영 감독님이 처음부터 주영이 캐릭터가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웃음) 제가 만약에 주영이 같은 입장에 처했다면 그렇게 못했겠죠. 그리고 굳이 과거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결혼을 한 번 했었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알게 되면 충격에 빠질 수 있는 문제잖아요. 저 같았으면 대화를 시도해봤을 것 같아요.”
비뇨기과 의사 캐릭터인만큼 온갖 ‘성인용어’가 등장한다. 이를 태연하게 소화해 내는 김효진의 연기와 병원 환자로 등장하는 마동석의 호흡은 일품이다.
“현장에서도 쓰러졌어요.(웃음) 너무 웃겨서 말이죠. 특히 (마)동석이 오빠가 정말 잘 해주셨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연기가 너무 웃겼어요. 워낙 또 재치 있는 연기를 잘 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NG도 별로 없이 갔던 것 같아요.”
그는 ‘돈의 맛’에 이어 호흡을 맞춘 김강우에 대해서도 “그 당시 못 보여준 모습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워낙 친해서 딱히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무겁지 않은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라며 환히 웃었다.
한 마디로 즐거운 현장이었단다. 촬영장을 갈 때만큼은 발걸음이 가벼웠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인지 기분 자체가 되게 좋았어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고, 항상 촬영하러 가는 길이 즐거웠죠. 그래도 주영이는 마냥 밝은 캐릭터는 아니라 주영이의 감정을 조금은 갖고 있으려고 노력했죠.(웃음)”
배우자 유지태 역시 ‘결혼전야’에 대해 만족했다. 김효진은 “(유지태가)이렇게 순수한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본 것 같다며 재밌어 했다. 현실도 반영하고 있고, 예쁘게 적당히 포장한 부분도 있어서 참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사실 무거운 주제를 지닌 작품은 아니지 않나”며 며 빙그레 웃었다.
극 중 주영과 태규는 갈등으로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실제 김효진과 유지태는 달랐다. 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잉꼬부부’란 바로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들은 각종 선행과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연예계 대표 ‘선행부부’이기도 하다.
“오빠도 따로 봉사활동 하는 것도 있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이게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아요. 둘이 함께 하니까 아무래도 좋죠.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평상 시 오빠는 제 의견을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굳이 서로 대화가 안 돼서 싸우거나 한 적은 없어요.”
그의 종적을 살펴보면, 다른 여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최근작만 봐도 그렇다. ‘창피해’에서는 동성애자로, ‘돈의 맛’에서는 독특한 재벌 2세로, 그리고 ‘끝과 시작’에서도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의 폭을 넓혔다. 안일한 행보를 거부하며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를 둔 여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어릴 때보다는 작품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긴 해요. 어릴 때는 ‘내 연기’를 하기에만 바빴고, 표현의 폭도 굉장히 좁고 어색했죠. 그때보다는 점점 연기 폭이 넓혀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여유’라는 것도 생기고요.(웃음) 무엇보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큰 희열을 느껴요. 그게 곧 연기를 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