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법관이 피고인을 법대 앞에 세워둔 채 실형과 집행유예로 달리 결론을 내린 두 개의 판결문을 써왔다고 언급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합의 과정을 공개해 법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견해를 보이는 반면, 다른 한 켠에서는 즉일선고에 따른 해프닝일 뿐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 A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B 씨에게 판결을 선고하기 직전 양손에 종이를 쥐고 “판결문을 두 개 써왔다”고 말했다.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B 씨는 당시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A 부장판사는 “피고인에 대해 형을 어떻게 정할지 고심된다”며 판결문 하나를 골라 판결 이유를 설명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A부장판사의 발언이 재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합의 과정을 비공개로 할 것을 규정한 법원조직법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판부 내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은 권장되지만 서로 다른 결론이 충돌하는 과정이 외부로 공개되면 법원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즉일선고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일선고는 별도의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결심 후 그날 바로 선고를 하는 제도로 형사소송법상 ‘선고원칙’으로 도입됐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법관이 법정에서의 생생한 기억이 살아있을 때 법정에서 형성된 심증을 바탕으로 선고한다는 점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고,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있다.

법원 측은 즉일선고의 특성 상 법관이 미리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가 심리 후 바로 선고를 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법원 관계자는 “A 부장판사는 즉일 선고(첫 재판에서 곧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것)를 위해 판결 원본이 아닌 초고를 두 개 준비했던 것”이라며 “사전 합의를 마친 재판부가 피고인 태도 등을 보고 항소를 기각할지 감형할지 판단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판사는 “즉일선고를 내릴 경우 바쁜 판사들이 판결문 초안도 작성하지 못한 채 선고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판부가 판결문 초안까지 사전에 준비해서 들어갔던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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