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서울에 사는 회사원 최진우(35ㆍ가명) 씨는 지난 1일 발신번호가 ‘02-6417-2165’인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이 대검찰청 검사라며 “최 씨 이름으로 대포통장 수백개가 개설됐다. 만일 이것과 최 씨가 관련이 있으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 씨의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뒤 자신이 불러주는 대검 홈페이지 주소에 접속해 은행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할 것을 최 씨에게 요구했다.

계속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하는 그의 행동이 수상하게 느껴진 최 씨는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곧바로 ‘보이스피싱 신고사이트’에 걸려온 전화번호를 검색해 그가 사기범인 것을 알아챘다.

최 씨는 “원래 대검 홈페이지(www.spo.go.kr)와 사기범이 알려준 유사 피싱사이트(www.spo-enx.com) 화면을 비교하면 거의 흡사해 구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 홈페이지를 가장한 피싱사이트가 수시로 도메인을 바꿔가면서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일주일간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검찰 유사 도메인은 ‘spo-unk.net’과 ‘spo-enx.com’, ‘spo-sny.net’ 등 10여개에 달한다.

이같은 유사 도메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국 등 해외의 도메인을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달 6일 중국의 한 도메인 판매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분석한 결과 ‘spoeck.com’ 등 ‘spo’가 들어간 검찰 유사 도메인이 수백개 가량 판매되고 있었다.

이 중국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도메인 구매는 사려는 사람의 국적과 이름, e-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업체와의 가격 상담을 거치면 가능하다.

현재 이같은 피싱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대검은 ‘유사도메인 검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검찰 홈페이지와 비슷한 도메인의 피싱사이트를 파악한 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알려 차단하는 것이다.

대검 사이버범죄수사단 관계자는 “유사 피싱사이트를 자체 시스템으로 파악하거나 신고를 받아 차단하고 있는데 매달 차단되는 도메인수가 수십개에 달한다”면서 “하지만 원래 홈페이지를 복사한 한 개의 소스(source)로 제작되는 피싱사이트가 대량으로 양산될 경우 감지시스템에 한계가 생겨, 개별적인 모니터링이나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