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ㆍ김재현 기자]법무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중대 결단을 신속히 내렸지만 법무부 청구에 따라 심판을 내려야할 헌법재판소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록 심판기간이 180일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자칫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법무부가 이번 청구과 함께 제출한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서도 헌재는 청구안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어서 가처분이 빨리 받아들여질지도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구두변론을 통해 사실을 확정한 뒤 제출되는 자료를 통해 심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황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심판 기간은 180일 이내로 정해져 있지만 이는 의무규정이 아닌 권고규정일 뿐이다”며 180일을 넘겨 판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청구건에 대해 사실상 사실심리와 법률심까지 봐야 하는 헌재가 이적단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RO모임과 관련된 최종심이 선고되기 전 미리 결론을 내릴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기류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때까지 헌재의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앞서 정당의 활동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57조에 의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속한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건도 이르면 6일 중 헌재 전원재판부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헌재의 처리방법에 대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내부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할 사안이어서 당분간 결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적인 사안이 다시한번 사법부로 넘어옴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의 진보ㆍ보수 성향에 따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선 김이수ㆍ이정미ㆍ김창종 재판관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으로, 박한철 헌재소장과 안창호 재판관 등 검찰출신은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사실과 법리에 기반한 판결을 하는 재판관들의 성향을 미리 분석해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이 사건은 결정이 미칠 영향이 워낙 크고 전례가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기존 성향대로만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