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톱스타’(감독 박중훈)에서 매니저 태식(엄태웅 분)과 톱스타인 원준(김민준 분) 사이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섹시한 외모로 남성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마포퀸 역을 맡은 배우 고은이다.
최근 ‘톱스타’ 개봉 이후 인터뷰를 가진 고은이는 본격적인 연기자로서의 행보로 들뜬 모습이었다. 영화 속 마포퀸 역할에 잘 어울리는 외모와는 달리 저음의 목소리와 털털한 실제 성격은 묘한 매력을 이끌어냈다.
“역할 제의로 섹시한 게 많이 들어와요. 제 말투가 저음인데 말이에요. ‘어린신부’ 김호준 감독님은 제 저음이 좋다고 하셨죠. 제가 오디션에서 연기할 때는 살짝 목소리를 ‘업’시켜서 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저음이어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섹시하다면서요. 하지만 제 저음이 어느 정도냐면 아침에 일어나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라고 말했는데 어머니가 깜짝 놀라시죠. 하하.”
고은이는 오지랖 넓으며 장난도 잘치고 능청맞은 성격이지만 섹시한 역할만 들어오는 게 불만 아닌 불만이다.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들이 많고,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며 워커에 바지 차림을 선호한다. 그야말로 개성이 강하다고 할 만한 여배우답다. 고은이는 이러한 점에서 자신의 털털한 성격과 능청스러움을 이용해 이번 ‘톱스타’ 출연에 성공했다.
“제가 주변분들 소개로 먼저 ‘톱스타’ 오디션을 봤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이후 소속사에서도 ‘톱스타’ 오디션을 보자고 했는데 제가 봤다는 이야기를 안했죠. 그런데 두 번째 오디션 장에서 조감독님이 저를 기억하시더라고요. 처음 오디션에서 연기를 봐서 춤을 추고 나왔어요. 그런데 그때 박중훈 감독님이 우연히 들어오셔서 저를 잘 봐주셨어요. 그리고 ‘톱스타’ 쪽에서 연락이 오고,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캐스팅됐어요.”
‘톱스타’의 촬영장은 유난히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감독으로 처음 나선 박중훈은 배우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해 남다른 배려를 했을 것이다. 고은이 역시 그런 대선배이자 감독인 박중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촬영장에서 제가 톱스타인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촬영 중에 모니터를 보라며 부르시고, 저 때문에 일일이 연기 지도까지 해주셨죠. 솔직히 그렇게 많이 드러나지 않는 등 노출에도 제가 수치심을 느낄까봐 ‘네가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는데 정말 예쁘게 나온다’고 격려해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스스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엄태웅, 김민준 선배님이 편하게 해주시고 감독님과 농담을 하시는데 계속 웃었어요. 단어 하나로 꼬투리를 잡고 말을 하시는 게 정말 웃겨서 혼났어요(웃음).”
당시를 회상한 고은이는 그런 촬영장은 다시없을 것 같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박중훈 감독이 부르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촬영장에서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는 순간들은 모델 일을 했던 동생 덕분이기도 하다. 동생의 연기를 못마땅해 하던 고은이는 대입 수시에 붙은 후 동네 연기학원에 가면서부터 연기와 인연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체육대학교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게 됐지만 무용보다 연기가 그의 길이었으며 남다른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다른 분야요? 제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한때 어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연기자는 연기만 해야 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저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지금도 저에게 춤은 그저 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추는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작품에 출연을 하면서 연기가 늘어가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연기연습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기보다 갇혀있다는 고은이의 연기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유난히 성숙해 보이는 외모로 고등학생 역할은 꿈에도 못 꾸는 귀여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번은 수사극 오디션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위해 응시했는데 제게 형사 역을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사과머리를 하고 가면 보시는 분들이 ‘다른 걸 볼까’하시고는 선생님 역할을 주시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노안이어서 이미 한계가 있었죠. 지금은 편해요. 어린 것보다 나이 들면서 내공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오직 연기를 위해 달려온 고은이. 하지만 연기를 위해 연기에서 조금 벗어난 경험도 필요했다.
“캐릭터 모션 캡쳐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블러드 앤 소울’이라는 게임 같은 거요. 장풍도 쏘고 그러는데 제가 무용을 해서 그런지 모션 캡쳐에 재능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괴물 역할도 했는데 재미있었어요.(웃음)”
모션 캡쳐뿐만 아니라 최근 광고 촬영에도 임한 고은이는 20살에 이미 CF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처음이라 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한동안 안 찍은 만큼 정신 똑바로 차려야하겠다는 고백을 했다.
하지만 고은이에게 결론은 연기다. 연기가 재미있다는 그는 연기를 시작할 때는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며 새로운 점을 찾아가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또 연기의 목표 지점으로 김혜수를 꼽은 만큼 다양한 모습을 추구하며 오직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인성 이슈팀기자 /enter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