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위례신도시 아파트만 아파트인가요? 주변 오래된 아파트는 국물 한 방울 없네요.”
1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 단지내 한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무력감에 빠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위례신도시 분양 열기가 뜨겁다 보니까 송파와 위례신도시 주변 오래된 아파트는 오히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없다”며 “최근 들어 거래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는 총 56개동에 4500여가구의 대단지로 이 지역 랜드마크로 꼽힌다. 전용면적 84㎡ 1500가구, 117㎡ 900가구, 136㎡ 1416가구, 158㎡ 558가구, 192㎡ 129가구 등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 단지로 동간 거리가 넓고 주변 환경이 쾌적해 선호도가 높은 단지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위례신도시 분양 여파로 최근 매매 실종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1988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노후도가 심하지 않고, 인근에 성남공항이 인접해 있는 관계로 고도제한에 걸려 재건축사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위례신도시까지 이어지는 신사위례선 경전철 사업 발표로 한차례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노선이 단지내 일부 지하공간을 지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주민들 사이에서 오히려 경전철 건설 반대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이다.
S공인 대표는 “위례신도시 열풍에 아무런 덕을 본 것도 없고, 오히려 서울과 경기도 경계지역인 위례신도시와 도매급으로 취급당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위례신도시 주변 지역들이 뜨거운 분양 대박 열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겪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매수세가 위례신도시로 쏠리는 바람에 주변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멈춰 섰고, 집값은 약보함세로 돌아서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문정동 주민 이모씨는 “위례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 2~3년 후에나 주변 지역도 안정을 되찾을 것 같다”며 “그동안은 위례신도시로 인한 지역민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 같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사정은 이곳에서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인 8호선 문정역과 장지역 등에서도 비슷했다. 문정역 인근 T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위례신도시 때문에 주변 주택시장이 다 죽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문정역 주변 오피스텔 공실률이 크게 늘고 있고, 팔아달라는 아파트 매물이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위례신도시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일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기대할 수 있는 호재는 곧 조성된다는 문정동 법조단지 정도밖에 없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들어서야 다시 도시에 활력이 생기지 않겠냐”고 했다.
주변 아파트값은 실제로 주춤하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호선 가락시장역 인근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6억6000만~6억9000만원대다. 하지만 위례신도시 분양이 시작된 지난 9월 이후 매매계약 건수가 급감했다. 전통적인 인기 평형인 84㎡는 올해 1월 6억8000만원(13층), 10월 6억8500만원(9층) 등에 거래되며 인기가 꾸준했으나 10월 이후 거래실적은 ‘제로’다.
대형 평형인 158㎡는 지난 6월 9억7500만원(4층), 지난 4월엔 10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지만 11월엔 1억원 이상을 낮춘 8억12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위례신도시에 분양하는 새 아파트 공급가격이 주변의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례 자연앤이편한세상 84㎡형 분양가는 4억8460만원(4층 이상 기준층),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101㎡(3~5층)는 6억5000만원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위례신도시가 수도권 신도시 못지 않은 수준으로 조성되고 분양가도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에 비해 낮게 책정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