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공식 지표상 직원들의 보수가 일반 민간기업보다 많은 반면 직장을 잃을 위험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반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공기업 입사=연금형 로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신의 직장 공기업의 별, 즉 임원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일단 임원이 되려면 엄청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대형 공기업 가운데도 맏형격인 한국전력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1월 현재 한전에 근무하는 총 직원수는 1만956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본사에서 임원으로 분류되는 이는 딱 11명이다. 단순 비교를 했을 때 1779 대 1의 경쟁률이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환익 사장을 비롯, 감사(현재 공석)와 국내ㆍ해외 담당 부사장 2명, 기획본부장, 신성장동력본부장, 전력계통본부장 등 상임이사 7명과 관리ㆍ영업ㆍ원전수출ㆍ해외사업 부문에서 본부장으로 분류되는 보직 본부장 4명이다. 사실상 사장 자리는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부 승진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임원은 10 자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실력은 기본, ‘운’빨에 ‘줄’까지 갖춰야= 평직원에서 임원 자리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가 있다. 한전은 조직도상 31개에 달하는 처ㆍ실과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14개 지역본부가 있다. 45개 자리의 처ㆍ실장급 수장이다. 여기까지는 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대형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입성한 이들은 사내ㆍ외에서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한 두 가지를 구사하고, 50대임에도 꾸준한 자기관리로 자격증 2~3개는 기본으로 갖고 있다. 현장부터 관리부서까지 주요 부문을 대부분 거치면서, 회사 전반의 업무 이해도도 높여놓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일단 소위 말하는 ‘운’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승진할 시기에 임원 자리가 비지 않으면 자리를 꿰차기 힘들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뛰어난 인재가 있다면 윗선에서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승진시키려 하겠지만 공기업은 임원을 포함한 직원 수가 일정한도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나를 더한다면 정치권과 연결되는 ‘줄’이다. 정부 예산을 받아다 쓰는 공기업의 구조적 특성상 공기업 임원치고 정부 여당이나 청와대 등에 소소하게라도 연줄 하나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실제로 최근 임명된 한 대형 공기업의 부사장은 현 여당 실세의 고등학교때 단짝 친구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권 인사가 실제로 입김을 넣었다기보다는 연줄의 유무가 내부에서 큰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월급봉투= 고용노동부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사기업 평균 연봉은 3010만원에 그친 반면, 공공기관 평균 연봉은 6194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직원들의 얘기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 임원 연봉은 수억원이 쉽게 나오지만 공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한전이나 LH 사장이 정부 경제부처의 차관급 연봉인 약 1억4000만원 대 처우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직급과 기업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1억원을 약간 넘는 연봉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라 공기업 직원들은 최대 연봉의 100%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경평에서 평균인 ‘B’ 등급을 획득한 기업의 경우 실수령 연봉은 1억5000만원~2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물론 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법인카드를 비롯해 전용 자동차와 운전기사가 제공된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이런 성과급도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정부는 고강도 공기업 개혁 방안을 마련하면서 보수가 과도하거나 부채가 많은 공기업은 성과급을 30% 이상 대폭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학자금 무상지원이나 골프장 회원권, 체련장 회원권 제공 같은 복지제도는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나오는 ‘공기업 방만경영’ 지적에 없어진 지 오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는 239조원에서 480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내년부터는 임원 뿐만이 아닌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