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증권업이 유례없는 불황입니다. 지수와 상관없이 개인 거래가 줄어들고, 그마저 거래하는 고객들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거래나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거래를 하다보니 증권사 수익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업계 구조조정 등과 맞물려 대형사,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증권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각은 대형사 위주로 돌아가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증권사 M&A도 양극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만난 증권사 한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 “큰 것 하나면 몰라도 잔챙이(중소형) 증권사를 살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증권사 라이선스만 가지고는 팔릴 메리트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증권사 매물시장에는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 등 중대형사를 비롯해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소형사 10여개가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KDB대우증권은 내년 하반기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고 LIG손해보험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도 LIG손보 매각절차에 따라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에는 이미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투자증권이 16일 본입찰에 들어가는 것과 대만 최대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 인수를 위해 실사를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시장에선 KDB대우증권을 장기적으로 탐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사는 매각작업이 잇달아 무산되고 있습니다. CXC종합캐피탈은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작업을 벌이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최근 중단했습니다. 아이엠투자증권 매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합니다. 리딩투자증권도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불발됐습니다. 사모펀드인 G&A가 최대주주인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말부터 매각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진척된 사항이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동양증권 인수가를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물건들이 싸게 나오고 있는데 굳이 소형사를 비싼 가격에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증권업 불황으로 증권업 자체에 대한 매력까지 떨어지다보니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통한 신규진출에 대한 매력도 크게 줄었습니다.
아울러 기존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크게 키우거나, 외국계 자본이 국내 증권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선 대형사가 중소형사보다 더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 촉진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초단기 자금인 콜(Call) 시장에서 증권사의 참여를 원칙으로 제한시키며 중소형 증권사들의 돈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된 은행에 비해 증권쪽은 62개사로 너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증권업도 확실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높은 임금구조, 매각 후 고객이탈에 따른 가치 하락, 합병시 IT 추가투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증권사 M&A 시장에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은 퇴출될만하면 장이 살아나는 등 시황에 따라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증권사가 난립하게 됐다”며 “냉정히 말해 증권업 불황이 3년간 만 지속되면 확실한 구조조정과 업계재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수합병이든 자연스런 퇴출이든 증권업계의 재편을 위한 소용돌이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이번에 국내 증권업계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happyday@herald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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