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시장과 시사점
2007년 주택시장 버블붕괴 직격탄 美 경기침체·실업률 증가 주범으로
모기지금리 인하·재융자 지원 등 적극적 소유지원책 시장 정상화 견인 당국의 흔들림없는 시장개입도 큰 역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했던 미국의 주택시장은 차압주택 및 깡통주택이 급증하고 금융이 붕괴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집값은 오르는 등 강한 회복국면을 맞고 있다. 주택시장 정상화가 미국 경기를 되살리는 견인차가 되고 있을 정도다. 주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유 지원책 등을 펼친 결과다. 미국 연방정부 주택도시부(HUD)에 파견돼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진현환 국장을 통해 미국의 주택정책 및 시장을 4회에 걸쳐 진단해보고 시사점을 돌출해 본다.
지난 2007년 버블 붕괴 이후 미국 주택시장도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75년간의 황금기를 끝내고 주택 소유자는 급격한 집값 하락에 고통을 받았고, 집 없는 서민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내 주택시장에서 생긴 신조어인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 1990년대 이후 미국 주택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정교하고도 복잡한 주택금융 시스템으로 미국인들의 자가 보유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대출여력 확대와 집값 상승은 주택 구매 수요를 자극했고, 신규 주택건설은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시스템은 ‘주택가격은 항상 상승한다’는 잘못된 가정 아래에서만 성장할 수 있었다. 2007년 버블 붕괴로 주택은 이제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주택금융 시장은 급속히 냉각되었고 담보대출 연체율과 차압 주택이 급속히 늘어났다. 2009년의 경우 담보대출을 받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30% 정도가 마이너스 자산을 가진, 이른바 ‘언더워터(underwater)’상태에 있었다.
버블 붕괴 이후에도 대다수 미국인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국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 국내 경제에서 주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40년 동안 주택 부문은 신규 주택건설, 기존 주택 리모델링, 목재 등 주택 관련 자재산업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에 평균적으로 17∼19%를 기여해 왔으나, 버블 붕괴 이후에 기여도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2008년 이후 실업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 중 상당부분은 주택시장의 침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은 오바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주택 소유자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었다. 이는 전체 미국 가구 중 3분의 2가 자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양적 완화 조치를 통해 모기지 금리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되도록 하였고, 재융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5년 중기 대출은 30년 장기로, 고금리 대출은 저리로 전환을 유도하였다.
아울러 상환 능력이 있는 젊은 신혼부부 등의 주택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했다. 금융과 세제에 초점이 맞춰진 미국 정부의 지원책은 주택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버블 붕괴의 진원지였던 주택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있었고, 그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출기관, 보증기관, 주택저당채권 발행기관, 대출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상호 신뢰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로 시장 상황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올 들어 미국 주택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등 일부지역에서는 제2의 버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주택구입 비용은 낮춰진 데 반해 임차비용은 증가하여 미국인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의 시장 정상화 노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버블 붕괴 이후 땅에 떨어진 공공 부문, 특히 연방정부에 대한 주택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지표를 주기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하되, 당국자의 주관적인 견해는 최소화하면서 시장 상황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언론에서 주택시장이 회복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떠들어도, 정책당국자는 여전히 수많은 주택 소유자가 차압의 위협에 힘들게 버티고 있고, 시장상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또한 주택도시부(HUD),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연방주택청, 지방정부 등 관계당국이 상호 협력해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관계당국들이 시장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중앙정부 위주로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수민족, 장애인, 노인가구 등을 위한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주택정책과 제도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고, 주택문제가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겠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국장/jhh3240@gmail.com
